제주살이 #197: 바람 바람 바람 부는 강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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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일을 시작한 이후로
임계치 한도가 KBS 9시 뉴스인지
영혼 없는 앵커의 입모양만 보면
졸음이 쏟아진다.
이부자리에 들자마자
"잉~!"
모기 소리가 들린다.
저 놈을 잡아야
오늘밤 편히 잘 텐데...
생각뿐 몸은 전혀 움직이질 않았고
그 자세 그대로 픽. 쓰러진 채 잠들었다.
을매나 잤을까?
"잉~!"
모기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보니
새벽 5시다.
"위~잉!"
내가 알던 모기 소리의 정체가
사실은 창밖 바람소리였다.
뭔 놈의 바람이 밤새도록 징징대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몇 개인데
아직도 혈기왕성하게 충혈된 기둥처럼
눈 뜬김에 자리에서 발딱 일어섰다.
대충 눈곱만 뙇! 띄고
얼른 고양이세수를 하고 집을 나섰다.
저 멀리 4차선 도로 위에
똥강아지 하나가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엉금엉금 기어가는 게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똥강아지의 정체를 알았다.
착시의 대상은 그냥 누런색의 종이봉투였다.
누런 게 머리통만 한 게 움직이니까?
동물로 오인한 무지의 오산이었다.
이게 다 바람 때문이다.
남쪽에서 부는 바다 바람이 어찌나 저쩌나 센지
나처럼 날씬하고 쭉쭉빵빵한 아저띠 정도는
그냥 훅! 날아갈 정도의 어마무시하다.
아니나 다를까?
뱅기도 하얀색 긴 꼬리를 그리며
서울 방향 북쪽으로 쌩=3 날려간다.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날 울려 놓고 가는 바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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