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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279: 핑크 핑크한 수상한 맛집

부웅 날아 이단옆차기 2024. 2. 23.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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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279: 핑크 핑크한 수상한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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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을 쓱. 걸어가다보면
얼마전 입주 때문에 철거와 공사를 새로한 
핑크핑크한 길가의 1층 상가집이 눈에 띈다.

다 다른 사람이 아랫도리를 만지작 거리는지
색채도 제 멋대로 디자인도 제 멋대로인 수상한 집 
인테리어가 얼추되었나보다.

근육빵빵 가슴팡팡한 아저띠가 
'남자는 삥크'라고 핑크 핑크한 살구색으로 
외벽을 온통 덕지덕지 칠하는 걸로 보아 
아무튼 맛집으로 추측한다.

그런데 출입문과 2칸짜리 창과 뒷문으로 보이는 곳 4군데 달린
커튼이 색깔도 문양도 크기도 제각각이라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봤던 미친년 씨나루 까먹는 집 같았다.

꼴에 시각디자이너 출신이라고
차라리 커튼대신 블라인드를 
한가지색으로 깔맞춤했으면 이쁠거 같다고
'감놔라 배놔라' 훈수를 할 수 없어 
퍽이나 안타깝다.

그런데, 
핑크 핑크한 수상한 맛집 앞 도로에 
소리소문도 없이 스르륵 정차한 벤츠 운적석의 차문이 벌컥 열리더니
빨간색구두를 심은 무다리가 클로즈업된다.

농번기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였다.

한 눈에 딱. 봐도
둥글둥글한 몸매에 
동글동글한 얼굴에 
탐욕과 부의 기름기가 좔좔흐르는 때깔 좋은 살들이 
한발자욱 한발자욱 움직일 때마다 
금방이라도 넘쳐흐를듯 좌우로 출렁출렁거린다.

커튼집인지 과자집인지 모를 정도록 괴기스럽고 으시시해보여 
개무시했던 커튼집 같은 핑크 핑크한 과자집 앞에 
금장으로 빛나는 악세서리 한무더기를 장식한 아줌띠가 당당하게 선채로 
희번덕거리는 광기어린 눈빛으로 
건물 상가를 제빨리 쓱. 스캔한다.

세상 모든 부의 은혜를 
훌러덩 뒤집어 쓴듯 강남스타일의 사모님은 
전화기에 대고 뭐라 뭐라뭐라 꿀꿀거리며 
상가 유리문 놋쇠 문고리를 
덜컹덜컹 위아래 위아래로 잡아흔들어도 쉬이 안 열리자 
오~햄마같은 손으로 문을 
쾅. 쾅. 쾅. 두들긴다.

그정도로 부서지라?
'발로 냅다 걷어차야지'라고 
4차선도로를 무단횡단해서라도 
친절히 알려주고싶었다.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날아갈듯한 아줌띠는 
뒤뚱뒤뚱거리며 맛집 뒤편 주차장쪽으로 가 
비밀의 문이 있나 살핀다.

곧 시크릿문도 시크릿 가든도 없는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온다.

문도 열기전부터 
웬 아줌마가 전화로 주인장을 달달 볶아가며 찾는걸보니 
저 집이 인싸들만 찾는다는 핫플 아닐까?싶다.

멋도 모르고 족도 아는게 없는 우리만 개무시했지 
사실 이미 넘들에겐 정평이 나있고 
유명한 맛집인가 싶어 부럽다. 
아니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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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핑크한 수상한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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