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41: 어린새(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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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갔다
집으로 오는 길에
깃 없는 어린 새
그 몸을 보전치 못한다고
뻐꾸기가 알을 낳아
큰 나무 아래에
새끼 새가 버려졌는지
이런 추운 날씨에
오들오들 떨고 있길래
보살펴 줄 생각으로
아파하는 새끼 새를 줒어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
언 몸이라도 녹이라고
따듯한 바닥에 눕혀 놓았는데,
이런저런 일로
쓸데없이 바쁘다 보니
왔다리 갔다리
어찌어찌하다
그만 실수로
유아 새를 밟아 버렸습니다.
ㅠ.ㅠ
새야~ 새야~
정말 미안해!
보살펴준다는 명목이
오히려 새를 죽이는 꼴이 됐으니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조막손 같은 애기
손보다 더 작고 작은
어린 새를
홍제동 고은산 놀이터
커다란 나무 밑에
노잣돈으로
100원짜리 동전들과
같이 묻으며 생각해보니
남을 보살핀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세심한
배려와 사랑이
필요한지를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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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little bird - marianne faithfull
https://www.youtube.com/watch?v=oV8EQ1CLU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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