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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247: 서귀포호텔에 몰래 체크인한 장수풍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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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서귀포호텔 베란다 청소를 하려고 보면
서귀포호텔 베란다마다 절지동물문인지 육각아문인지 
디지게 헷갈리는 곤충분류에서
무튼 벌레 친척뻘로 보이는 것들이 
너도 나도 발라당 드러누워있다.

두 팔꿈치를 허리에 대고 
두 손바닥은 하늘을 향해 벌린 채 
어깨를 으슥 거리게 된다.
 
"어쩌라는 건지?"

이놈들이 날이 좋아 날이 적당해 선탠을 하는 건지 몰라도
수컷이나 암컷이나 하늘을 바라보고 팔다리를 아둥바둥거리듯 휘젓는다.
아니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차라리 구엽다.

누군 바빠서 정신없이 헐레벌떡 뛰어다니는데
엠병. 이것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발라당 드러누워 자빠져있데.
괜한 심술이 난다.

이러나저러나
김광석 횽님의 목소리 그대로 
아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게 일어나! 노래를 불러준다.

거기에 호응하듯 으라차차! 
기운을 내도 
전혀 일어나질 못하네.ㅎ

넘어지면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왤케 드러눕는지 모르겠다.

안쓰러움에 똑바로 일으켜 세운채 
힘내라고 등짝을 토닥토닥 두들겨 준다. 

그 흔한 일상 중 오늘은 특별히 
언제 입실했는지 몰라도
서귀포호텔에 몰래 체크인한 장수풍뎅이를 발견했다.

"이 자슥이 돈도 안 내고 입실하네?"

출쉑과 동시 퇴학처리하듯 창밖으로 체크아웃해 버렸다.

보내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에이! 그냥 잘 꼬드겨 연박시켰어야 하나 싶다. 

사랑은 돌아오는 거라는 내 간절한 바램 때문인가?
창 밖으로 비행을 하며 날아간 줄 알았던 그 장수풍뎅이가 
베란다 바닥에 툭. 하고 떨어져 내렸다.

"이게 쥑이삔나?"

기절을 했는지 죽은 건지 몰라도 
바닥이 빵구난 것처럼 시커먼 얼룩으로 보인다.

퍼뜩 장수풍뎅이 동영상을 찍어둬야겠다는 생각에 
누가 욕을 하든 말든 그러거나 말거나 
갑자기 촬영기자가 본업이 되어버렸다.

"아주 뽕을 뽑지 그러냐?"

방뎅이를 아니 풍뎅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촬영을 하려고 시도를 하면 
검정케이스의 스마트폰을 향해 
투우장의 소처럼 후다닥 뛰어온다.

"야, 가만 좀 있어라!"

풍뎅이를 잡아서 왼쪽으로 내려놓고 
한 발짝 물러나 동영상을 찍으려 준비하자 
또 숨 쉴 틈 없이 폭주하는 장수풍뎅이

우띠~!
 
이번엔 풍뎅이를 오른쪽에 내려놓고 
뒤로  한 발짝 물러나 동영상을 찍으려 준비했다.

역시나 역시나군 여윽시 검정케이스의 스마트폰을 향해 
폭주기관차처럼 헐레벌떡 달려온다.

그 짓을 10여 차례나 했을까?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싶은 현자타임이 온다.

곧바로 안되긋다. 싶어 자포자기했다.

갑자기 겁나 빠른 달팽이 만화가 생각났다.
장수풍뎅이 점마가 그 겁나 빠른 색히와 
동문수학(同門受學)하던 친구일 거라는 거에 
내 콧딱지 전부를 건다.

아니면 말고...


ps: 
나도 참 게으르지.
지난 7월에 있었던 일을 이제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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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호텔 체크인 장수풍뎅이
서귀포호텔 체크인 장수풍뎅이
서귀포호텔 체크인 장수풍뎅이
서귀포호텔 체크인 장수풍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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