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268: 제주 서귀포 해돋이(일출, 日出, sunrise, sun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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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가 흐림이라
해돋이를 못 볼걸 알면서도
1월 1일이니까?
예의상 법환바당에 나가본다.
보면 좋고
못 보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일출 시간이 일러
일렬종대로 늘어질 대로 늘어진 떡국 줄에
은근슬쩍 서 본다.
어둠이 채 물러가지 않은 깜깜한 바닷가 길에는
이미수 많은 인파들이 벽처럼 잔뜩 서 있다.
옆에 지나가는 사람이 들고 있는
종이컵 속 떡국 냄새를 맡자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빵에 커피를 먹은 게 있어서인지
속이 더부룩하게 느껴졌다.
넘들보다 일출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범섬 가까이 까만돌밭까지 내려가 본다.
얼굴에 와닿는 바닷바람이 차갑다.
일출을 보기 위해 늘어선 사람 못지않게
바위 위에 새들도 검은실루엣으로 서있다.
태양을 마주하는 순간
시각 잔상에 검푸른색의 청룡이 담아있었다.
2024년 새해 소망을 조용히 말해본다.
"매일 그대와
아침햇살 받으며
매일 그대와
눈을 뜨고파
매일 그대와
도란도란 둘이서
매일 그대와
얘기하고파
새벽 비 내리는 거리도
저녁놀 불타는 하늘도
우리를 둘러싼 모든 걸
같이 나누고파"
사실 노래 가사와 달리
일출을 볼 때마다
나의 최애가수 정홍일의 해야를 들으며 본다.
압축기로 기름을
쭈~~~악 뽑아내는 듯.
해야 는
칼집에서 칼을 뽑아 들고
수없이 많은 적들을
한칼에 댕강댕강 추풍낙엽처럼 쓸고
적진 속을 뚫고 자나가는 듯하다.
무협으로 따지면
검강을 뿜어내는 초절정고수랄까?
고출력의 음악에 심취하면
이제 조용한 노래는
애들 소꿉장난처럼 들린다.
이제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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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 정홍일
https://www.youtube.com/watch?v=ZZmQ2pBimSg
매일 그대와 - 들국화
https://www.youtube.com/watch?v=11BxN-yaP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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