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269: 페인트칠 당근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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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뒤에 숨은 태양이
구멍 난 구름 아래 법환바다에 빛줄기를 내리꽂는다.
아름다운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모처럼 쉬는 날이지만
당근 지인의 부탁으로 페인트 알바를 하려 간다.
어제는 퇴근 후 저녁을 먹자마자
7시까지 서귀포 미술학원 갤러리미술학원 위 영어독서실로 찾아갔다.
전체 방 중에 3개 방만 페인트 칠하면 된다는데
알다시피 페인트 칠에 앞서 준비작업을 우선 해야 한다.
벽에 부착된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고
쌓인 먼지를 털고
골프의 퍼팅이 아니라 구멍 나고 흠집난 곳을
우선 퍼팅해야 한다.
나무에 덧된 도배지를 잘라내고
벽 아래 떨어진 덧빵을 실리콘으로 다시 붙이고...
등등 딱 봐도 할 일이 너무 많아도 많다.ㅎ
이래저래 하다 보니 저녁 10시에 퇴근.
떡실신 후 아침에 눈떠보니
오전 9시에 같은 곳 같은 자리에 서있다.
바닥과 에어컨, 콘센트 등등의 마스킹 작업으로 부산을 떨다 보니
반나절이 다 갔다.
견적과 시간 계산 실패를 뼈저리게 맛보기 위해
신시가지 제주 뼈해장국집에 와서
'국물이 보약이다'라고 진창 퍼 제낀다.
젯소칠은 오후 2시나 돼서 시작
방 3개인데 20평짜리 방 하나 젯소 칠하는데 저녁 10시
롤러로 천정 페인트칠이 너어~~~무 힘들다.ㅜ.ㅜ
그래서 기계를 이용하는가 보다.
일하다 말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잭슨 폴록의 흩뿌리기를 한 듯 젯소가 묻은 부직포 옷을 벗고
화장실에서 얼굴과 손에 묻은 하얀 흔적들을 지운다.
나머지 잔여일은 나는 모른다.ㅎ
하샘에게 지금이라도 나다님에게 sos를 보내라고 하니
견적이 빵구가 나서 럴수 럴수 그럴 수가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돈도 돈이지만
날짜도 2배로 늘어났기에 난감한가 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난 내일부터 또 출근해야 돼서
하샘에게 좀 미안하지만 안녕을 고하고 집으로 고고~
방 2개 젯소 바르고
방 3개 페인트 칠하고
뒷정리하려면
꼬박 이틀은 더 일해야 할 듯하다.
서귀포 신시가지에 있는 집으로 걸어가는데
달빛인지 가로등인지 거리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에고~ 에고~"
걸을 때마다 신음이 저절로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머리어깨무릎발무릎이 다 아프다.
꼬박 하루 12시간을 하얗게 지새웠다.
천정 페인트칠 알바 너무 힘들다.
두 번 다시는 안 하고 싶다와
세상에 쉬운 게 어딨어?
교차하는 생각들이 의식을 지배한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퇴근후 짬을 내서
며칠 동안
페인트 칠에 앞서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먼지를 털어내고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젯소를 칠하고...
시간은 오래 걸리고
머리어깨무릎발무릎이 다 아프지만
이는 마치 종이에 그림을 그리듯
내 마음에 그림을 그리는 거 같았다.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
내 안에 눈이 내리듯
공허함과 그리움이라는 것이
켜켜이 쌓이는 지난밤에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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