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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411: 머체왓숲 편백나무 사이 어린 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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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보슬한 흰 눈이 내린 
희디 흰 하얀 세상에 
발을 내딛자
내 하얀 운동화가 
누렇게 때 국물로 얼룩져 
걸을 때마다 눈 위에 
질질 흐르는 듯 하다.

사실 따스한 햇살에 
눈이 미세하게 녹아 
눈반 흙반 땅바닥을
철퍼덕철퍼덕 거리며 걷는 것인데
하도 씻질 않아
누런 옷으로 갈아입은 듯한 변색의 운동화가 
내 나이만큼 오래되어 보인다.

하얀 주단을 깔아놓은 눈길 위로 쏠린 눈길은 핏방울에 멈춰있다.

정복욕에 들뜬 사냥꾼들의 전리품처럼 펼쳐놓은 
침대 위 하얀 시트와 하얀 수건에 남겨진 출혈처럼
작은새가 큰 매에게 사냥을 당했는지
눈 위에 새빨갛게 흩뿌러진 선명한 얼룩이 오버랩된다.

꼴에 남자라고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왕성한 욕구때문인지
측은지심보다는 왕. 왕. 부럽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건 어쩔수 없음.

이런저런 나의 근심 걱정 불온한 생각과 달리
눈이 소복하게 쌓인 머체왓숲길은 아름다웠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숲길을 이리저리 
걸어 걸어 다니다 보니
눈이 내린 머체왓숲길 
편백나무 사이 어린 노루가 
파란 하늘과 따뜻한 오후햇살을
흥겹게 노래한다.

커다란 눈망울에서 떨어지는 눈물
울음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졌음에 감사하며
그대의 곁에서 
가만히 기다려줄 수 있는 
인내에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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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체왓숲
머체왓숲
머체왓숲
머체왓숲에서 바라본 한라산
머체왓숲
머체왓숲 제방낭기원쉼터
머체왓숲
머체왓숲으로 가는 얼음길
머체왓숲
머체왓숲 눈밭에 누운 안내자
머체왓숲 편백나무 사이 어린 노루
머체왓숲 편백나무 사이 어린 노루
머체왓숲
머체왓숲




'동네한바퀴' 제주 걷기모임
(강정동·대륜동·법환동·호근동·서호동·서홍동·동홍동)
https://www.daangn.com/kr/group/rsv4o12ctk9i/?utm_medium=copy_link&

 

동네한바퀴(걷기|산책|숲길|올레길) | 대륜동 당근 모임

동네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산책 모임입니다. 동네한바퀴는 동네 걷기 산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동네 걷기와 산책, 차한잔과 수다, 불멍•물멍 숲길•올레길•오름 걷기와 밥한끼를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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