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걷고 사랑하며 #114: 제주도(Jejudo) 한라산 성판악코스
·
·
한라산 산행을 했을 때 
넘 좋았던 영실코스 생각에 
성판악코스도 당근·말밥 그럴 거라 생각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감히 성판악코스를 
도오~~~전! 하게 되었습니다.

군에서 50km 행군 이후 처음으로
8~9시간 정도 되는 거리와 시간을 걸어보았습니다.
혀를 설래설래·설왕설래 내두를 정도였네요.

나 같은 등산초보러들에겐
접근 금지와 같은 금남 금녀의 지역입니다.

앞로도 옆으로도 뒤로도 
성판악코스는 2번 다시는 안 할래요!ㅎ

어쨌거나 저쨌거나 도전한 내용을 쓰자면?

일찍 일어나는 새가 뭘 한다길래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어찌어찌 먹고 
거취 하는 펜션에서 한라산 성판악코스 주차장에 왔을 때 
오전 5: 30분 정도 되었습니다.

 

한라산 성판악코스
제주도(Jejudo) 한라산 성판악코스


그 시간에 한라산을 오를 적에 
우리와 같이 오르는 외국인들 10명 정도와 
한국인 10명 정도 되는 사람들과 
거의 엇비슷하게 출발하였죠.

이때까지만 해도 출발은 
마냥 기분 좋게 시작했는데, 
왜냐하면 평소에 서울 성인태권도장·청춘태권도장 ArirangTKD에서
주 3회 이상 꾸준한 태권도 수련으로
체력에 완전히 자신감이 넘쳐 줄줄 흘려 넘쳤으니까!

그런데, 이넘의 돌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이때는 정말 몰랐었습니다.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휘파람을 불며 걸었으니~

 

한라산 성판악코스
제주도(Jejudo) 한라산 성판악코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돌밭과 수 없이 많은 
제주조릿대들이 
좌우로 정렬 정렬 김정렬 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와~ 한라산에는 웬놈의 조릿대가 이렇게 만나 싶었습니다.

돌길과 나무길을 반복하면서 
이 정도의 코스라면~ 
주변의 경치를.. 
즐기면서 가면 되지 싶었는데,
헉! 주변 경치라는 게 볼게 너무 없습니다. 

너무 뻔하다 못해 뻔뻔하더라고요.
ㅠ.ㅠ 

한라산 성판악코스
제주도(Jejudo) 한라산 성판악코스


그냥 돌들과 끝없는 조릿대의 천국
무한 반복 구간 연결 같았어요~옹!

이 길에 끝엔 되돌이표가 찍힌 듯
풍경이라고 보이는 것은
조릿대와 죽어 말라비틀어진 고사목만 보입니다.

최면에 걸린 듯 똑같은 길을 몇 시간째 걸으니
애들도 나님도 그냥 지칩니다.

외쿡인들은 출발부터 주절주절 얘기하면서 
오르는데 전혀 지친 기색이 없어 보이는데,
하아...
나만 힘든 것인가? 6-.-;

 

한라산 성판악코스
제주도(Jejudo) 한라산 성판악코스


새벽바람은 좀 쌀쌀했고-
우리도 
그들처럼 화기 애매하게 
등산을 하는 바람이었지만
바람은 어디까지나 바람일 뿐.

산에 오르기에도 
숨이 찼기 때문에 
우린 점점 말이 적어졌고 
급기야 나중엔 가족끼리인데도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새들의 지저귐과 
바람에 떠 밀려오는 풀 소리만 들릴뿐-

딸과 아들 그리고 나의 분신조차 그저 말없이 
그러니까 각각 각자의 길로 각자도생 하는 맘으로
홀로 외롭게 걷고 있었습니다.

'타박타박 타박네야 너어드메 울며가니
우리엄마 무덤가에 젖먹으러 찾아간다
물깊어서 못간단다 물깊으면 헤엄치지
산높아서 못간단다 산높으면 기어가지
명태줄라 명태싫다 가지줄라 가지싫다
우리엄마 젖을다오 우리엄마 젖을다오
우리엄마 무덤가에 기어기어 와서보니
빛깔곱고 탐스러운 개똥참외 열렸길래
두손으로 따서들고 정신없이 먹어보니
우리엄마 살아생전 내게주던 젖맛일세
명태줄라 명태싫다 가지줄라 가지싫다
우리엄마 젖을다오 우리엄마 젖을다오'

2~3시간을 걸어 걸어 겨우겨우 진달래 대피소에 왔는데,
아들 넘은 
여길 자꾸 민들레에 달팽이가 피어나는 
민달래 대피소로 기억하길래
진달래 대피소라고 몇 번씩이나 
태극기 앞에 다짐하듯이 가르쳐주느라 애좀 먹었습니다.

"이 바부탱이야!"

 

한라산 성판악코스
제주도(Jejudo) 한라산 성판악코스


무튼 생각처럼~ 달래달래 진달래 대피소엔 
진달래가 분홍빛으로 발그레하게 
수줍은 얼굴로 반기고 있었고
간단한 식사를 하고 오르는 길은 
혹시나는 역시나 역시나는 여윽시
또. 또. 또. 돌밭의 무한 리플레이였습니다.

 

한라산 성판악코스
제주도(Jejudo) 한라산 성판악코스


고행의 길은 끝이 없었고~
'주여 왜 나를 시험하시나이까?' 
단말마 같은 원망의 소리가 터져 나왔어요.

등산화가 아니라 운동화를 신고 와서 그런지 
돌을 밟을 적마다 
발은 발대로 신발은 신발대로 
따로 또 같이라는 노래가 생각나듯이
제멋대로 휙~휙~ 돌아다녀 
발목이 시큰시큰 욱신욱신 거리기 시작하고
돌밭을 걷는 것은 
평지를 걷는 것과는 
쨉도 안되게 달라 몇 배나 힘들었고
걷는 게 평지와는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달라 힘들었습니다.

어느덧 걸으면 걸을수록 피곤함이 누적되어 
피로 누적으로 자체 붕괴될 정도록 
괜한 짜증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북한산만 해도 걸어가면 봉우리가  
어느 정도 보여 걸을 때 조금의 안도감을 가지는데,
이놈의 길은 숲이 우거져 50미터 앞도 
조금 전 걸었던 그곳과 똑같아 보이네요.

마치 이건 나루토 사스케의 형 이타치에게 
이자나미를 당해 무한반복 루프에 빠져있는 듯합니다.

같은 곳을 계속 걷고 있는 듯하고
미로 속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답답함 같은 
짜증이 계속해서 화악! 확! 치밀어 올랐습니다.

이 길의 도대체 끝이 어디인가 싶을 정도록 
같은 나무와 같은 돌밭에 
같은 사람들과 끝없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지칠 대로 지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울 집 꼬맹이들 앞에서 내색하기 뭐해 
참고 참고 또 참고 걷다 보니 
드디어 돌밭이 끝나고 나무계단 좌우로 고사목들이 
용트림처럼 멋지게 위용을 뽐내고 있네요.

이제 다 왔나 보다 싶은 마음으로 
얼른 걸음을 재촉했는데,
1차전이 끝없는 돌밭길로 되어서 두 시간 정도 걷는다면
2차전은 끝없는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을 
두 시간 정도 걸으면서 쭈~욱 이어졌습니다. 

한라산 성판악코스
제주도(Jejudo) 한라산 성판악코스

 


이번엔 좌우에 조릿대 대신 
죽은 고목들이 가득한 사이로 
나무계단을 쉼 없이 올라야 했고~
 
그것은 나님에게 
2번째 시련이었고
걷고 또 걸어도 그 나무계단은 누가 계속해서 
CTRL+C 해서 CTRL+V를 하는지 
똑같고 또 똑같은 모습으로 계속되어 있었어요.

 

한라산 성판악코스
제주도(Jejudo) 한라산 성판악코스


대략 1시간 정도 더 걸었을 때 
나무계단이 끝인 정상이 보였고
나름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는데,
마지막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아홍디리~

그녀를 만나기 100미터 전부터
짐승의 울부짖음이 맹렬하게 들리더니
소리 소문도 없이 다가와
갑자기 느닷없이 황당하게 
귀싸대기를 마구 올려칩니다.ㅜ.ㅜ

어찌나 얼음처럼 차갑고 매서운지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을 정도였었고
얼마나 바람이 드센지 눈물, 콧물, 침이 
한 움큼의 얼룩이 되어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신데렐라가 못된 모차렐라 치즈처럼 
바람 따라 얼굴 옆에 끈적끈적하게 매달려 
질-질- 따라 날렸습니다. ㅜ.ㅜ

'이 눔이 여기가 어디라고 올라와!'라고 
호통을 치는 거센 폭풍 앞에 
귀싸대기를 얼마나 많이 많았는지 
얼굴이 얼얼하다 못해 
빨갛게 퉁-퉁- 부어올랐고 
제주 바람이 어찌나 드센지 
백록담을 보지 못할 정도의 바람이 
'팡! 팡! 어서 꺼져!'라고 소리칩니다.
 
그 와중에도 백록담을 구경해볼까 싶어 쳐다보는 순간

"으가갸각~!"

태풍이 불어오는지 
백록담을 조금도 아니 아주 쪼금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바~바~바~ 밤~!!!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이 BG로 깔리면서)

한라산 성판악코스
제주도(Jejudo) 한라산 성판악코스


그러나 내가 내가 누구인가?
바로 의지의 사나이 바로 그 사나이가 아닌가?

여기서 물러나면 사내대장부가 아니지 싶어
사실 사내 쫄장부이고 쫄보 맞습니다. ㅠ.ㅠ

부럽다 아니 부끄럽게 
엉금엉금 기어서 전망대까지 가서 
번개보다 빠르게 
사진을 살짝쿵! 찍어 보았습니다.

"음냐하하~!"

아뿔싸~ 나중에 사진을 확인해보니 
찍을 적마다 흔들려 
핀이 맞는 백록담 사진이 1개도 읍당! 

어떻게 간 곳인데... 흐윽 ㅜ.ㅜ

정상에는 어린아이 하나 정도는 가뿐하게 날아갈 정도록 
거센 바람이 휙-휙- 부는데, 
백록담의 물도 그 바람에 거의 다 날아갔는지 
바닥이 다 드러난 채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일 정도였다고 기억합니다.

한라산 성판악코스
제주도(Jejudo) 한라산 성판악코스


올라올 적에 보았던 그 UFO는 
아직도 날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잠을 자는지 

쿨-쿨- 

거센 바람에 금방이라도 날아갈 줄 알았던 
미확인 비행물체는 올라 올 적에 봤던 그대로이네요!

산에 다니는 친구넘에게 전화를 해서 
성판악코스 볼 거 없다고 투덜거리니 
한라산은 겨울산이라고 겨울에 꼭 가라고 하네요.

또한 사라오름이 아주 이쁘다고 
하산길에 꼭 가보라는데, 
애초에 들렸으면 몰라도 
지금 이 상태의 다리로는 
도저히 갈 맘이 읍당! ㅜ.ㅜ

이 봄에도 돌과 바람에 
눈물·콧물·침물까지 다 흘렸는데, 
겨울은 개뿔 두 번 다시는 성판악코스에 오르면 
사람이 아니다고 혼자 다짐하며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비추의 코스이지만
한 번 가봤다고 어디 가서 자랑질은 할 만합니다. ㅋ

오늘 하 루만에 장장 왕복 8시간 이상을 걸었다는 거 아녀?
태어나서 첨으로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을 다 보고 말이야.

그런데 뛰어가는 사람도 있을까 싶어
네이버와 다음에서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는 역시나

"성판악에서 진달래대피소까지 
거의 달리다시피 올라갔지만, 
1시간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거리는 7.3킬로였고요
마지막 1킬로 남짓 거리는 욕하면서 
겨우 발걸음을 뗐어요..ㅜㅜ.."

이런 글을 접하니 정말 
프로스펙스(prospecs) 캡모자·
프로스펙스(prospecs) 트레이닝복·
프로스펙스(prospecs) 운동화를 신은
등린이·산린이 
물이 좋아 산이 좋아 검은띠 산타는아저띠
나님의 산행은 
초보 중에 초. 초. 초보 수준이었구나~ 싶어 
왠지 급 우울 해집니다.

·
·
한라산국립공원(Hallasan National Park)

https://place.map.kakao.com/21135119?service=search_pc 

 

한라산국립공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오등동 산 182

place.map.kakao.com

 

한라산국립공원 성판악탐방로

https://place.map.kakao.com/21627106?service=search_pc 

 

한라산국립공원 성판악탐방로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산 2-1

place.map.kakao.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