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14: 모세의 기적 써근섬 '서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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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철썩이는 바다 앞에 섰다.
어깨 넓이로 다리를 쓱. 벌리고
깍지를 끼었다.
손가락 하나하나 관절을 똑. 똑. 꺾어본다.
팔을 쭈욱 뻗어 스트레칭을 한다.
이젠 다 알겠지만
뭘 하든 스트레칭은 필수다.
네이버 말고 다음
한 손으로 목을 한쪽으로 잡아당긴 채 지그시 눌러본다.
왼쪽·오른쪽·뒤로·앞으로 한 번씩 순환한 뒤
고개를 좌로 세 번 우로 세 번 좌삼삼 우삼삼 돌린다.
이 모든 준비 작업이 끝낸 후
마른 손을 마주한 채
위·아래로 쓱. 싹. 쏙. 비비고 나서
바다 위로 두 손을 쭈~욱 내밀었다.
"너, 바다
오늘 나하고 맞짱 뜨는꼬얌!"
그리고 한참을 째려보았다.
"구시렁 궁시렁! 궁 싫어!"
나만의 의식에 따라
신비롭고 요상한 주문을
쭈~욱 걸어본다.
그리고 "물, 갈라져!"라고 외치자.
정말 바닷물이 쩌~억! 갈라지며
제주도라는 섬에서
서건도라는 섬까지
바다 가운데로 돌밭이
짠~! 하고 나타났다.
"헐~!
나, 모세야?"
"응, 아니야!"
그래 맞다.
여기가 바로 썩은섬 서건도이다.
물 때에 맞추어 가면
1님이 아니라도
누구나 모세가 될 수 있다.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 한 달에 10차례에 걸쳐 앞바다가
제주판 '모세의 기적',
서귀포시 서건도(일명 써근섬)로 잘 알려진 꽤나 유명한 섬이다.
빨간책에는
마른땅이 나타나게 하는 게 모세의 기적이라는데
뭔 마른땅?
좀 전까지 바닷물이 꽉 찬 곳이라
분명 젖어있겠지?
물이 빠져나간 돌 틈 사이로
하늘을 품은 푸른색 바닷물이 찰랑찰랑거린다.
물이 좋아 산이 좋아 검은띠 산타는아저띠를
뚫어지라 지켜보는 사람들 앞에서 좀만 웃기려고
푸른 이끼? 가 덮여 있는 돌을 밟으면
당근·말밥 미끌미끌거린다.
그래서 좌우로 기우뚱 갸우뚱 몸개그를 하게 된다.
그게 재미있는지 이웃사촌들은 빵~! 터진다.
바닥에 희멀건한 것들이 잔뜩 달라붙어있길래
가만히 들여다보니 소라? 같은 게
다닥다닥 밀착해 돌들과 한 몸처럼
건희? 아니 굳건히 자리를 잘도 지키고 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앞서 먼저 간 가족들 따라
애네들을 밟지 않으려고
구멍이 송송 난 화산돌과 동글동글한 돌들 사이를 밟고
육지 아니 제주도에서 더 작은 섬 서건도로
나도야 간다.
누구누구 코딱지만 한 섬에도
사람의 손길이 닿아 제법이다.
그 목책 길로
"아닌데. 맞거든. 아닌데. 맞거든..."
되지 말고 되지 않는 말장난을 하면서
걸어가니 미로처럼 헤매게 빙. 빙. 돈다.
솔방울이 발에 툭. 툭. 채이는 마른길에는
작은새들이 후두둑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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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도(Seogeo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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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강정동 산 1
place.map.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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