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55: 꽃향기 배달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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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전에 가려했지
너와 내가 있던 그 언덕
풍경 속에
아주 키 작은 그 마음으로
세상을 꿈꾸고 그리며
말했던 곳"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면
피기 시작하는 달맞이꽃과 달리
낮달맞이 꽃은
해가 뜨면 나타나는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은은한 향기가 발그스레한 것이 환하게 핀다.
갓 씻고 나온 여인의 풋풋한 살내음처럼
분홍색 꽃에서 은은한 향기가 난다.
"아니 얘도 향기가 나네?"
그냥 흔한 나팔꽃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보다.
마치 신기한 경험을 한 거 같아
새롭게 보인다.
확실히 해질녁에 밖으로 나오니
오후 하고 색다른 게 꽃내음이 음~청 강하다.
활어처럼 동맥이 펄쩍 뛰는 자리에
샤넬 NO. 5 오드퍼퓸 같은 좋은 향수를 뿌리고
누워서 님을 기다리는 여인처럼 매혹적이다.
콩물 앞 인동초 향기에 끌려
콧구멍을 인동초 입술에
은근슬쩍 들이대었다.
"뭐하는 짓이야!"
버럭 인동초가 화를 낸다.
나도 모르게 그만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엄훠~!"
마이더스의 손인지
내 입술이 닿은 곳마다
흰꽃은 노란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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