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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52: 올레길 16코스에서 만난 시(詩,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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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16코스에서 만난 
길지 않은 짧은 시(詩, Poem)들이 
내 마음에 와닿아 큰 감동을 주었기에
따로 적어본다.

이웃님들에게도 비록 짧은 글이지만 
긴 감동의 여운을 남기길 바랍니다.


풀 - 김종해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풀이 되어 엎드렸다.
풀이 되니까
하늘은 하늘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햇살은 햇살대로 
내 몸 속으로 들어와 풀이 되었다.
나는 어젯밤 또 풀을 낳았다.



들꽃 - 문효치

누가 보거나 말거나 피네
누가 보거나 말거나 지내
한마디 말도 없이 피네 지네

들꽃 - 문효치
들꽃 - 문효치


눈부신 날 - 허형만

참새 한 마리
햇살 부스러기 콕콕 쪼아대는 
하 눈부신 날

눈부신 날 - 허형만
눈부신 날 - 허형만


달 같은 사람 하나 - 홍윤숙

달 같은 사람 하나 어디 없을까
보름달 아닌 반달이거나 초승달 같은
어스름 달빛처럼 가슴에 스며오고
흐르는 냇물같이 맴돌아가는
있는 듯 없는 듯 맑은 기운 은은하게
월계수 향기로 다가왔다가 
그윽한 눈길 남기도 돌아가는 
큰소리로 웃지 않고
잔잔한 미소로 답하고 
늘 손이 시려 만나도 선듯
손 내밀지 못하는 
그럼에도 항상 가슴에 
따뜻한 햇살 한 아름 안고 있는 
그런 사람 세상 끝에라도 
찾아가 만나고 싶다.

달 같은 사람 하나 - 홍윤숙
달 같은 사람 하나 - 홍윤숙



전자보다 후자를 위한 사교활동 - 박성준

나는 일곱 시에 살다가 다섯 시에 도착한다
너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만 갈색이 된다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창문은 창문을 허용했고,
뒤를 돌아볼 때마다 자전거는 꼭 시계탑 아래를 지나갔다.
기관차는 사각사각 연필을 깎는다.
여름이다 편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
너의 꽃집에서는 꽃이 자라지 않는다.
그러는 지금 철로는 가까워지기 싫어 길이 되고,
내가 아는 여배우들은 모두 나를 몰라 아름다웠다.
내가 모르는 너의 지금은 늘 아름답다.

전자보다 후자를 위한 사교활동 - 박성준


빗소리 - 박형준

내가 잠든 사이 울면서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여자처럼
어느 술집 한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거의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술잔을 손으로 만지기만 하던 그 여자처럼
투명한 소주잔에 비친 저문처럼
창문에 반짝이는 저 밤 빗소리

빗소리 - 박형준
빗소리 - 박형준


사랑에 관하여 - 박상천

눈을 어깨 가득 지고 서있는 
겨울나무 숲길을 걸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눈 위엔 선명하게 남겨진 자국들.
그 발자국을 바라보며
받아들임의 아름다움을 생각했다.
눈은 나의 몸무게만큼의 깊이로
신발 크기만큼의 넓이로
신발 모양 그대로의 무늬로
나를 포근하게 받아들였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런 것.
자신의 가삼에 
그의 깊이를
그의 넓이를
그리고 그의 선명한 무늬를 남기는 것

사랑에 관하여 - 박상천


봄 하늘 아래 - 권택명

누군가 연두빛 바람으로
나의 등을 어루만지고 있다.
내 굽은 잔등에도
금싸라기는 쏟아지고 
그 자디잔 은총
빛가루들이 내려앉은 자리마다
저리 신비롭기만한
부활의 언어들은 살아나고 있다
이 해도 어김없이 
차가운 손을 털고 다시금
첫사랑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목숨들이
연초록 불꽃이 지펴지는
남녘을 향해 실눈을 뜨고
저마다의 의미를 전언하나
천지 가득 출렁이고 있다.

봄 하늘 아래 - 권택명
봄 하늘 아래 - 권택명


억새꽃 그리움 - 이길원

바람 부느 날이면
한라산 언덕에 올라 휘파발을 붑니다.
바람의 길목 마다 억새꽃 흔들리는데
나지막이 불러 봅니다.
돌아오지 않을 임인 줄 번연히 알면서
가슴 저리도록 그리운 이름
바람 부는 날이면 까닭 없이 솟구치는 눈물
가슴에 묻은 외로움 바람에 날려 봅니다.
내 기다림의 끝은 어디일까
오늘도 제주에는 바람이 이는데
억새꽃 스친 바람아
이 마음 임에게 전해 줄 수 있다면

억새꽃 그리움 - 이길원
억새꽃 그리움 - 이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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