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 411: 머체왓숲 편백나무 사이 어린 노루 · · 보슬보슬한 흰 눈이 내린 희디 흰 하얀 세상에 발을 내딛자 내 하얀 운동화가 누렇게 때 국물로 얼룩져 걸을 때마다 눈 위에 질질 흐르는 듯 하다. 사실 따스한 햇살에 눈이 미세하게 녹아 눈반 흙반 땅바닥을 철퍼덕철퍼덕 거리며 걷는 것인데 하도 씻질 않아 누런 옷으로 갈아입은 듯한 변색의 운동화가 내 나이만큼 오래되어 보인다. 하얀 주단을 깔아놓은 눈길 위로 쏠린 눈길은 핏방울에 멈춰있다. 정복욕에 들뜬 사냥꾼들의 전리품처럼 펼쳐놓은 침대 위 하얀 시트와 하얀 수건에 남겨진 출혈처럼 작은새가 큰 매에게 사냥을 당했는지 눈 위에 새빨갛게 흩뿌러진 선명한 얼룩이 오버랩된다. 꼴에 남자라고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왕성한 욕구때문인지 측..
제주를 더 제주답게
2025. 3. 10.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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