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133: 송악산에 올랐어라! 해를 안고 앉았어라! 가슴 속에 품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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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애마를 타고
은빛으로 물든 억새가 만발한
은빛의 송악산에 놀려왔다.
평일 오후라서 사람이 1도 없을 줄 알았는데
웬걸 겁나 많다.
"나나나나나나 나나~!"
정오의 데이트 음악이 나오자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난다는
파란 하늘에 동그랑땡 같은 태양이
한자릴 떠~억! 하니 차지하고 있다.
어찌나 햇빛이 따가운지 눈뜨기조차 어렵다.
이는 마치 눈을 뜰 수 없게 태양이 나를
정조준하고 있는 듯하다.
"아, 진짜?"
송악산 정상을 걸어보니
서대문구 고은산도 개나리가 필 때면 넘나 이쁘지만
고은산 100개를 준다 해도
송악산하고 맞바꾸지 않을 정도록
송악산의 바다뷰는
이뻐도 너어~~~무이쁘다.
송악산에 올랐어라!
해를 안고 앉았어라!
가슴속에 품었어라!
그런데 희한하게 느껴졌다.
송악산에서부터 가만히 지켜본 한라산 옆 구름은
바람이 불어도 다른 데로 흘려가지 않고
아까부터 꿈적도 안 하고
꼭. 그 자리만 차지하는 게 보통 일인가?
그 넓고 넓은 파란 하늘 아래
그 자릴 꿋꿋하게 계속 지키고 있는 걸로 보아
유앱이 구름을 뿜. 뿜. 뿜어내는 것이 분명하다.
한라산 주변에 다른 구름은 하나도 없는데
저 혼자 네모난 형태를 유지하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집으로 가는 도로 위에서조차
우리가 계속 자기네를 주시하고 유앱 뒷감화를 하니
자기네 정체가 우리에게 들킨 게
심기가 불편한 건지
눈치챘나 보다 싶은지
한시간만에 점점 구름이 옅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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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Song-aksan Mountain)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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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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