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130: 내가 선택한 길, 군산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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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 군산오름 입구에는
이 구역의 왕 참새가 차암 참새다워 참새 소리가 대다나다.
원투 마리가 짹. 짹. 짹.이라면 그럴려니 하지만
참새 오억오천오백오십오마리 소리가 합창으로 노래하니
장엄하다 못해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처럼 웅장하다.
입이 떡. 벌어진 채 연주곡을 듣다
목이 말라 텀블러 뚜껑을 딱. 하고 여는 순간
산들바람에 억새가 흔들흔들거리는데
영상에서 소리를 제거한 듯 갑분싸 묵음처리가 되었다.
마치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쥐 죽은 듯 조~~~용! 하다.
처음엔 나 때문에 그런 줄 알고 대게 미안했는데
가만 보니 머리 위로 빙빙 도는 매 때문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아니 '매 날자 참새 쥐 죽은 듯하다'
는 그렇고 그런 말이 생각난다.
그러거나 말거나
군산을 한발 한발 오르는데
옵하에게서
남자의 향기가 난다고 한다.
역시나는 역시나군 여윽시 남자는 핑크 핑크 삥꾸지.^^
다들 잘 알다시피 서귀포에는 비둘기가 적다.
이유인즉 비둘기가 눈에 띄면
직박구리 아니 까마귀가
"무사 돌았니?"
라며 으슥하고 침침한 곳으로 머리채 끌고 가
"확. 고마 쥑이빨라!"
겁나 윽박지르고 험악하게 공포 분위기 조성하므로
당체 서귀포엔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바로 그때 노루 하나가
팔딱팔딱 뛰어논다.
그 뒤를 이어 노루 2가 뛰어간다.
차암 잘들 논다.
날이 좋아! 날이 맑아서인지
군산오름에 오르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다.
그 인파 중에 하나가 되어 마침내 정상에 오르니
절로 감탄이 삐죽삐죽 터져 나온다.
"와~! 쥑인다."
기분이 업되어 시끌벅적하게 떠들자
시끄럽다고 사마귀가 옆차기를 하는 바람에
옵하가 산방산으로 뿅~! 날아가는 느낌 같은 느낌이었다.
그 힘으로 붕~! 날아 하산하게 되었다.
30분만 더 서있으면 해넘이를 볼 수 있는데
일몰을 못 보고 내려오는게 존마이 아쉽다.
손성훈이나 탁재훈처럼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제발 올바른 선택이길 바란다.
서귀포에서 저녁노을을 볼 수 있는 곳!
붉게 물드는 군산오름을 등지고
마이 홈 스윗 홈으로 미끄러지듯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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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오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 산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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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 산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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