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제주살이 #168: 조용한 서귀포의 밤(lonely night)
·
·
제주엔 여자는 몰라도
돌과 바람이 많은 건 확실하다.

유리창문이 굳세게 닫혀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찌나 센바람이 부는지 
거침없이 쌩쌩 거리는 게 
이게 착각인가 싶을 정도록
이명이 들린다.

이층에서 바라본 거리에는
유령처럼 보이는 바람들만 펄펄 날아다니는지
나무뿌리째 다 뽑아내려고 작정한 듯
창밖 나뭇잎들이 휘청휘청
이리저리 정신없이 흔들린다.

제주에서 시골이라는 불리는 서귀포 지역은
다들 일찍 귀가하기에
초저녁인데도 불구하고 불꺼진 상가가 많아
인적 없는 밤거리가 깜깜하다.

서귀포의 밤은 너무 조용하다.

가족과 벗들이 있는 정든 곳을 떠나 
혈연, 지연, 인맥 하나 없는 머나먼 외지,
아무런 연고 하나 없는 곳에 터를 잡았아서일까?

아주 가끔은 
서울의 빌딩숲 사이 
번쩍번쩍 거리는 네온사인과
북적북적 거리는 인파가 
그립다.

그게 싫어 멀리 떠나왔는데
그게 생각나는 이 아이러니...

오래된 행동 양식과 습관과의 이별은 어려운가보다.
·
·

제주살이 #168: 조용한 서귀포의 밤
제주살이 #168: 조용한 서귀포의 밤
제주살이 #168: 조용한 서귀포의 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