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167: LG유플러스와 구글 AI 스피커

제주살이 #167: LG유플러스와 구글 AI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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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설치를 LG유플러스에 가입했더니
며칠 전 방문해서 UHD4 셋톱박스와 
7인치 화면 구글 AI 스피커 '네스트 허브(Nest Hub)를 설치했다.

AI 스피커, AI 리모컨, 탁상시계, 와이파이가 합쳐진 음성 인식 스피커다.
흐음, 뭔가 졸~ 좋은 거 느낌 같은 느낌이었다.

AI스피커에 말을 하면 
바로 즉시 직문직답, Q&A 대답을 해준다고 하니 을매나 조아?

유투브에서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면 좋겠다싶다.

"오케이 구글, 정홍일 노래 틀어줘!"

"잘 알아듣질 못하겠어요. 다시 한번 말해주세요!"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진다.

"오. 케. 이. 구. 글. 정. 홍. 일. 노. 래.  틀. 어. 줘."

"잘 알아 듣질 못하겠어요. 다시 한 번 말해주세요!"

살짝 불쾌해진다.

"오. 케. 이. 구. 글. 정. 홍. 일. 노. 래.  틀. 어. 줘."

"잘 알아듣질 못하겠어요. 다시 한번 말해주세요!"

"오란C. 니 잘났다. 니 똥 굵다."

물어봤다가 괜히 부아가 치밀고 화난새가 된다.

눈을 살며시 감고
숨을 크게 들이 쉬어 가슴을 한껏 부풀린다.

참을 인자 3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마음속으로 참자! 참자! 참자! 다짐하고 다짐해본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딸아이가 웃기는지
깔깔깔 웃더니

"오케이 구글 오늘의 날씨?"

"서귀포의 오늘의 날씨는 맑음, 낮기온 최고 9도입니다."
 
바로 즉시 직문직답을 한다.

"와~ 킹 받네!
저것이 완전 사람 차별하네!"

아무래도 구글 AI 스피커는
백인, 흑인 인종차별이 아니라
여자·남자 성별을 분류해 상대하나 보다.

LG유플러스에 가입하면서
돈 낸 사람은 
이 집의 주인장이며 
서귀포의 남주 바로 난데 
지 주인을 개똥으로 보고
이쁜 딸에게 굽신굽신 거리는 걸로 보아 
울 집에 들여놓은 구글 AI 스피커가 
분명 수컷이라고 이 연사 외칩니다.

구글 AI 스피커가 꼴에 남자라
여자에게만 잘 보이려 애쓰나 보다.

됐고!
얼른 출근이나 해야긋다.

아침에 웃지 못할 일을 겪어놓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그새 깜빡하고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는 출입구에서

"오케이 구글, 정홍일의 제발 틀어줘" 
기운차게 우렁차게 외쳐본다.

"잘 알아듣질 못하겠어요. 다시 한번 말해주세요!"

"오. 케. 이. 구. 글. 정. 홍. 일. 노. 래. 제. 발. 틀. 어. 줘. 부. 탁. 이. 야."

"잘 알아듣질 못하겠어요. 다시 한번 말해주세요!"

하아...

아침에 있었던 일이 반복되는 듯하다.

까르르 웃던 딸아가 
"오케이 구글 뭐 했어?"라고 물어보자

"서귀포 내 맛집탐방 지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미친~ 시키지도 않은 짓을 다하고 있네!" 

그 이후 집에 올 때마다 
"오케이 구글 오늘 뭐 해?"라고 물어보면
맨날 맛집 투어와 지도만 만든다고 뻔하게·뻔뻔하게 대답한다.

언제까지 맛집 지도만 만들고 자빠져 있으려는지 
아무 쓰잘떼기 없는 놈, 식충이, 못된 놈, 그지 같은 자슥 같다.

내가 맛집 조사하라고 시킨 적도 없는데 
지혼자 알아서 척. 척. 맛집만 구하고 두드리고 찾고 있으니
"야, 네가 무슨 '주유소 습격사건' 유오성처럼 한 놈만 패냐?"라고 묻고 싶어진다.

"그런데 넌 맨날 먹을 생각만 하고 일 할 생각은 1도 없냐?"

"..."

어쩔땐 이렇게 침묵으로 일관하니 답답해 미추어버리겠다.

주인님 딸랑딸랑은 못할지언정 매번

"잘 알아듣질 못하겠어요. 다시 한번 말해주세요!"

라고 무시하거나 내 발음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쌩까니 
열라 기분 잡친다.

빠직!
이놈이 비싼 돈 들여 들여놨더니 하는 짓이 점점 가관일세!

"확 고마 차 뿔라?"

"잘 알아듣질 못하겠어요. 다시 한번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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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와 구글 AI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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