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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169: 제주월드컵경기장 고독한 러너의 삼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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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물통을 들고 뛰면 생수통 안에 
하얗게 하얗게 개거품이 생겨 
물맛이 아주 더럽다. ㅠ.ㅠ

"쳇~!"

또한 손에 들고 뛰든 
크로스백에 넣고 뛰어도 
여엉 성가시고 무겁기도 해서 별로다.

운동이가 짱구를 요래조래 굴려보니 
유레카! 굿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대낮도 아닌 고요한밤 깜깜한 밤이라
벤치에 삼다수 생수통 올려놓고 뛰고 와도 
없어지지 않으리라는 확증 편향을 갖게된다.

"믿습니다!"

어느 누가 남이 먹다 남긴 물을 마시지 않으리라.
또한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지 않으리라는 근거없는 믿음.
근자감이 불쑥 불쑥 생긴다.

"나 왤케 똑똑해!"

인서울 출신 운동이는 
나름 머리 좀 쓴다고 삼다수 생수통을 벤치에 올려놓고 
"금방 갔다 올께!"
삼다수 생수통을 쓰담쓰담 해주고 앞으로 앞으로 뛰어간다.  

그래도 조금 아주 쬐끔 걱정이 되었는지
잠깐 뒤돌아 벤치를 쳐다보았으나
벤치위에 삼다수 생수통 저 혼자 잘있으니 
유심 아니 안심이 된다.

운동이가 시야에서 멀어지자
이걸 아까부터 가만히 지켜본 
영자 옆에 순자 옆에 혹자 옆에 이주일이
벤치에 놓여있던 생수통에게 다가온다.

"어, 안녕! 
세상에서 젤 아름다운 클레오파트라..."

이주일이 클레오파트라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자
넘나 웃겨 배 잡고 뒹굴던 삼다수 생수통도 
경계심이 풀어져 방긋 방긋 웃는다.

영자 옆에 순자 옆에 혹자 옆에 이주일은
삼다수 생수통을 들고 흥얼흥얼거리며
제주월드컵경기장 구석으로 가 뭘 하는지
주섬주섬 거리며 허리춤 높이로 낮추더니 
의미있는 뭔가를 한다.

'흐음, 요상한 놈일세...'

영자 옆에 순자 옆에 혹자 옆에 이주일은
볼 일을 다보았는지 
삼다수 생수통을 벤치 위 제자리에 놓고는
밥푸지는 않지만 바쁜척 
스지큐 음악을 들으며 
어둠속으로 총총 사라진다.

"어, 안녕! 
세상에서 젤 아름다운 클레오파트라..."

바로 그때 
족빠지게 몇바퀴 돌고 헥헥 거리던 운동이가 
이젠 물을 마셔야겠다는 생각에 
생수통이 있는 벤치로 뛰어왔다.

띠용~!

삼다수 생수통을 들어보니 
아, 글쎄 홍도야 울지마라!

내가 알고 네가 알던 그 물이
투명한게 아니라 뜨끈미지근한게 꼭. 그거 같다.

"아, 씨밤!"

얼른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수상한 사람은 1도 보이지도 않고 
어디가서 찾지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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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169: 제주월드컵경기장 고독한 러너의 삼다수
제주살이 #169: 제주월드컵경기장 고독한 러너의 삼다수
제주살이 #169: 제주월드컵경기장 고독한 러너의 삼다수

 

 

이주일의 클레오파트라
https://youtu.be/w6bwATFZ3-M

 

 


조나단의 호텔스컴바인
https://www.youtube.com/watch?v=VcMEucDc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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