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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176: 횡단보도 위 낙엽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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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 은
서귀포에서도 남쪽 방향 법환바다에서 부는 바람이다.

그 바람이 어느 정도로 센가 하면?
길가에 서있는 자동차들이 무슨 죄라고 
바람이 불기도 전부터 하도 무서워서 
움찔 움짤 거리다 못해 들썩들썩 일 정도다.

"아, 진짜?"

내가 수없이 오랜 시간 태권도장에서 
천근추를 수련해 천만다행으로
두 다리를 땅에 박힌 듯 꼿꼿하게 서있지
보통 사람들은 태극기처럼 펄럭펄럭 날아다닌다.

그래서 제주도 사람은 다 쌩. 쌩. 날아다닌다.

슈퍼맨이 따로읍다. 
ㅋㅋㅋ

무튼 푸른색 신호등을 기둘리는 횡단보도에 
아예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질 않는다.'

왜냐하면?
위에 언급했듯이
다들 날아다니기 때문에 
서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횡단보도엔 어쩐 일로 낙엽들만 잔뜩 서있으니
무슨 일인가? 싶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크고 작은 낙엽들이 
꿈틀꿈틀 움직이는 게 움짤이 따로읍따.

"준비, 요이~ 땅!"

우렁찬 목소리에
때는 기회다 싶은 건지
위기가 기회다 싶은 건지 
이놈 저놈 가릴 것 없이 다들 냅다 뛴다.

낙엽들이 구보로 뛰어간다.

1~2개도 아니고 대대병력의 낙엽들이 뛰자 
천군만마가 뛰는 듯한 말발굽 소리가 우르르 들린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디서 전쟁이라도 난 줄 알겠다.

근데 넘 멋지다 못해 장엄하다.

아참! 
이 믓찐 광경을 
증거로 남겨야지 싶은 생각에
사진을 찍으려고
찾으라! 찾을 것이요!라는 말이 있듯
더듬더듬 위아래 위아래를 아무리 찾아도
이놈을 어디에 두었는지 도대체 찾을 수가 없다.

보바 보자 하면 보자기로 보이고 
가만히 보면 가마니로 보인다는데
내가 딱. 그 꼴이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서 
바지 주머니와 잠바 주머니를 뒤적이고 있으니
에효~!

무튼 사과폰 
말고 우주폰을 꺼내 들었는데
왜 이렇게 떨리는지 스마트폰을 켤 수가 없다.

예전에 유앱(UFO)이 쨘~! 하고 나타났을 때도 
허둥지둥되다가 단 하나의 사진도 찍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놀랜 가슴에 
진정이 안 되는지
손가락이 단단히 얼어 감각이 없는지
까만색 액정 화면을
연속으로 톡. 톡. 두들겨도 
깨어날 생각이 없는 게 
잠시 기절했나 보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스마트폰 옆구리를 콕. 찔려 
강제로 화들짝 깨우고 보니

하아..

아, 글쎄 홍도야 우지마라고
이놈의 낙엽들은 
어디로 다 내빼고 없는지 
하얀색 줄무늬 횡단보도만 빨랫감처럼
붉은색 아스팔트에 철퍼덕 널려있는데
낙엽 하나 안 보이고
휑한 것이 완전 김샜다.

"저기요... 잠시만요... 사진 좀 찍게...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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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176: 횡단보도 위 낙엽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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