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178: 노란색 코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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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회사, 집, 회사...
시계부랄 개부랄처럼
하루하루 똑같은 생활 패턴으로
왔다갔다한게 다 인데도 불구하고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좀 많이 억울하다.
왜냐하면?
근래 들어 술을 먹는다고
회사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어울린 적 없어
신체리듬이 무너지거나 깨질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감기에 걸렸다니
어리둥절 아니 어이가 없다.
거의 5분 간격으로
콧구멍에 휴지를 쑤셔 박거나 닦고
10분 간격으로 코를 풀어대자
콧속이 헐었는지 화끈화끈 거린다.
돈 받은 기자들이
똥꼬를 하도 빨아주어 헐었을 어떤 이의 거시기처럼
같은 헐은 것들로서
잠시 동변상련하는 입장이 되어본다.
평소 목디스크로 어깨가 존마이 아픈데
고질적인 발목 부상으로 걸음걸이도 불편하다.
이런 나에게
거기에 한술 더 떠 감기가
세븐바로 당첨되어
기침, 콧물, 가래, 오한 4종세트가
금 나와라 뚝딱!처럼
갑자기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몸은 으스스한 게 아주 죽겠다.
눈은 불이 켜진 듯 화끈거린다.
목은 잦은 기침으로 칼칼하고 따갑다.
콧구멍은 헐어서인지 따끔거린다.
겨울과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 내게
봄이 문 앞에 배달된다고 조아라 했더니 웬걸
감기가 로켓배송으로 먼저 도착한 거다.ㅜ.ㅜ
항상 겨울에서 봄으로 장면전환될 시점에
년례행사로 감기를 달고 살더만
올해도 여지없이 딱. 맞추어
제주까지 쓱. 찾아온 것이다.
싫다. 싫어!
거기에 한술 더 떠
우리 몸에서 나올 수 있는 물이
눈물, x물, 콧물, 침, 땀이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사람 몸에서 콧물이
이렇게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건
세상 세상 첨 알았다.
콧속 어딘가에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는지
끊임없이 샘솟듯
콧물이 수시로 질질 흐르는데
티슈로 두 콧구멍을 막아보고
강제로 들이마시기도 하고
별별 염병을 떨어도
10분에 1번꼴로
코를 왕창 풀어야
직성이 풀린다.
아무래도 콧속 어디가
누수가 되었는지 은밀히 조사해야긋다.
아니 뻔하지만 당당하게
누수업체라도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콧물감기에 색깔이 있다면
노란색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의사가 처방해 주고 약사가 조제해 준 약이
약빨이 전혀 없는지 콧물이 도대체 멈추질 않는다.
문제는 이틀 동안 밥을 먹고
그 약을 먹으면 자꾸 배앓이를 해서
화장실로 고고
의사가 다이어트약을 처방해 준건 아닌지
아니면 약사가 설사약을 지어준건 아닌지 살짝 의심스럽다.
남들 보기에 내가 내가 떡벌어진 어깨에 잘록한 가슴이라
한덩빨 한다지만 살을 뺄 정도는 아니지 싶다.
무튼 기존의 약이
콧물이 멈추긴커녕 배만 아프니까?
지어온 약은 쓰레기통에 쏙. 버리고
약국에 가서 콧물에 직빵인 액티피드를 싹. 사 왔다.
노란색 감기약 액티피드는
먹으면 콧물이 바로 멈추는데
느무느무 졸리다는 게 커다란 함정.
졸린 게 낫지.
더럽게 칠칠치 못하게 콧물이나 흘려
'영구 없다!'가 되는 건 아니지 싶다.
쿨 쿨 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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