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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177: 콧물감기

부웅 날아 이단옆차기 2023. 3. 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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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177: 콧물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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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아침운동으로 걷기를 하다가 
무슨 바람이 불어 
새벽 6시 수영장에 갔다.

사실은 연모하는 긴머리 소녀가 
제주 혁신도시 복합혁신센터 수영장에 다닌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물이 좋아 산이 좋아 산타는아저띠도 
당근·말밥 물 좋은 곳을 찾아
알게 모르게 떡 벌어진 어깨에 잘록한 허리, 
이두박근과 식스팩을 은근 슬쩍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S자가 크게 그려진
슈퍼맨 빤스를 입고
물에 들어서는 순간 
기침이 나올 정도록 졸 춥다.

으스스한 게 아주 기분 별로였다.
아, 이건 아닌데 싶었다.

코가 간질간질한 게 조짐이 있어
집으로 가는 길에 
몸에 열이 나라고 후다닥 뛰었다.

이겨내!
이길 수 있다.

반복적으로 '정신이 신체를 지배한다'는 
골때녀 이현이의 말만 백퍼 믿고

"믿습니다. 믿습니다." 

중얼중얼 세뇌를 시킨다.

"콜록콜록"

열이 나는 게 아니라 천불이 났다.

좀 전까지 정신이 신체를 지배했을는지 모르겠지만 
감기는 정신도 어쩔 수 없나 보다.
콧물이 대책 없이 줄줄 흐른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조제한 감기약을 일찍 감시 먹고 
보람찬~! 하루의 일과를 
신속·정확하게 끝내기 위해
전기장판을 켜고 
꿈속의 연인을 만나기 위해
일찍감시 이불속으로 들어가 
캐시미어와 혼연일체가 되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불변의 마음'이라
정신이 신체를 지배하는 걸로 믿고 의지하며 당연시했으나 
신체의 일부인 콧구멍에서 콧물이 
수돗물처럼 콸. 콸. 흘려 
두루마리 휴지로 콧물을 닦다 볼일 다 봤다.

기침과 콧물로 잠을 못 잘 정도라
금세 침대아래에 소이현 남편 인교진 
아니 구겨진 휴지가 즐비하다.

차라리 혈기왕성했던 청소년 시절 
울끈불끈 한 불타는 욕구를 잠재우기 위해 
힘 빼고 자기 위한 짓이라면 천만다행이겠지만 
고작 콧물 때문에
자다가 이 무슨 봉변인지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정린이 신체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신체가 정신을 지배하는지 점령당한 건지 
멕을 못 추겠다.

흐르는 강물 아니 흐르는 콧물.
을 당췌 이길수가 없다.

어떻게 하든 잠을 자보려고 
서귀포 내 가봤던 식당 김고기, 바삭 돈까스, 남호식당...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도 세어보고 
도로표지판도 생각해 보고 
별의별 걸 다 생각해도 
콧물을 막을 순 없는지 
콧물 때문에 
절대 잠이 안 온다.

하아...

정신이 신체를 지배한다.
는 개뿔 신체가 정신을 지배한다.

남자가 흘리면 안 될 콧물이 
밤새 흘려 넘쳐 배게를 적셨고 그 바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살다 살다 콧물 때문에 밤을 새울 줄 몰랐다.ㅜ.ㅜ

해마다 년례행사처럼 감기에 걸리지만 
반백년을 살면서 이런 콧물감기는 첨이다.

"제주도에서 감기를 이길 수 있겠어요?
절대 못 이겨~~!"

라고 최민식이 말해준다.

"대리님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다 우리잖아요!"

"아, 우리..."

그렇게 감기와 난 혼연일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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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혁신도시복합혁신센터 수영장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호남로 25 (우)63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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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혁신도시복합혁신센터 수영장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호남로 25 (서호동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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