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179: 제주 서귀포에서 유채꽃이 젤 먼저 핀 산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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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로 고생이 이만저만 삼만사만이 아니다.
그래도 해야 할 것은 해야 돼서
쉬는 날엔 반드시 봄꽃 사진을 찍어야 제맛이지 싶다.
최근 제주 인별 이웃님들이
산방산 유채꽃 사진을 포스팅을 하길래
김수철과 함께 '나도야 간다'라고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굳게 다짐했다.
에헴~!
마침내 벼르고 벼르던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휴일
설레는 마음으로 서귀포 신시가지에서
유채꽃이 개활짝 핀 산방산에
일부러 쫄래쫄래 찾아갔다.
"방가 방가"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렸갔는데
'아, 글쎄 홍도야 우지 마라!'고
유채꽃밭 속에 들어가 사진 찍기는
무적의 권법 무적권
1,000원을 오구당당하게 내야 한다고
모금함과 팻말이 버젓이 놓여있다.
행색은 허스름해도
사유지의 땅주인으로 보이는 남녀의 사람들이
꽃밭 출입을 단단히 단속하고 있다.
헐~!
성냥팔이도 아니고 봉이 김선달이 따로읍다.
자기네 땅에 유채꽃을 심어놓고
발을 들여놓는 조건으로 입장료를 받는 게
당연지사인데 공짜에 익숙해서일까?
뭔가 꺼림칙하고 태클을 걸고 싶어 진다.
왜냐하면?
여태 제주살이를 하면서
제주의 풍경을 무료로 맘껏·양껏 즐기다가
유채꽃밭에서 사진 찍기가 두당 천 원씩
돈을 지불해야 한다 하니 뭔가 억울했다.
당연한 듯 허지만 또 당연하지 않아 보이는 찜찜함으로
괜히 부아가 치밀고 괘심 하게 느껴지는
이 더러운 기분은 무얼까?
자기 땅에 유채꽃밭을 조성해
뷰맛집 유채꽃팔이를 하는 땅주인의 생색에
아더메치유.
침을 퉤! 내뱉고 싶어 진다.
솔까 천 원이 아까워서라기보다
인생 사진을 필요로 하지 않기에
곧이 노란색으로 군락을 이룬 꽃밭 속으로
이 몸이 직접 들어갈 필요가 없어
눈으로만 맘껏·양껏 즐겨본다고
원거리 촬영을 해
멀리서 찾아온 분풀이를
카톡 그룹방에 올려 생색을 다 내본다.
누가 돈 아깝게 두당 천 원을 지불하고
사진을 찍을까? 싶었는데
걱정이란 하덜덜 마라!
산방산으로
인생 네 컷 사진을 찍기 위해
노란색 유채꽃밭에 몸을 초개처럼 풍덩~!
던져서라도 논개가 되기 위한
남녀의 연인들이 줄을 섰다.
"줄을 서시오!"
부럽다.
아니 부끄럽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니까?
분명 난 졌다.
사실 난 맨날 진다.
나이가 초큼 많아지니
쓸데없이 아픈 데가 많아져인지
그냥 젊음이 부럽다.
유채꽃처럼 샛노란 청춘남녀만 봐도
시샘이 나 죽겠다.
"천 원 그까지 것 내고
유채꽃 사진 원 없이 찍어보자!
에헤라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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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Sanbangsan Mountain)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산 16
https://place.map.kakao.com/8386141?referrer=daumsearch_local
산방산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산 16
place.map.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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