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181: 구글(Google) 못 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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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이미 봄이라
매화에 이어 생강나무, 산수유, 목련이
활짝 활짝 피어났다.
꽃이 피고 지는 서귀포 신시가지를 걸어
출퇴근을 하니 을매나 다행인지? 은혜롭기까지 하다.
3월만 해도 2월과 달리 해가 길어져
퇴근길이 해 질 녁이다.
갑자기
"구글 못 끊을까?"
아까부터 하나님과 동기동창이시며
한 끗발 더 높은 마눌님이
구시렁구시렁 거린다.
"뭐래?"
"구글 못 끊을까? 걱정이라고..."
"흥~!"
도대체 구글을 어떻게 끊나? 싶다.
왜냐하면?
스마트폰 개통할 때부터
구글에 회원 가입을 해야 하는데
스마트폰을 안 쓰면 몰라도
조선시대도 아니고
눈알이 핑. 핑. 돌아갈 정도록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현시대에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로 밖에 안 들려
남자답게 자랑스럽게 코방뀌를 껴본다.
"진짜 구글 못 끊을까?"
"그라믄 앙~돼!
한국에선 절대 못 끊어!"
"뭘 끊어? 이 양반아!
귓구멍이 어떻게 됐어?"
"구글을 오똑해 끊는냐고요~~오?"
배영만이 빙의해 손짓발짓을 해본다.
"이런 미친...
내가 국을 뭘 끓일까?라고 말하는데
구글은 뭔 구글이야!"
귓구멍에 손가락이 아니라 주먹으로 왼쪽 오른쪽 비벼댄다.
"아포~!"
"아프라고 하는데 당연히 아퍼야지!"
"누군
국을 뭘 끓일까?
걱정이 이만 삼만인데
뭐 구글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내 귀엔 도청장치는 동상이몽인지?
구글을 못 끊을까?라고
들렸다.
들린다.
들렸을까나?
아놔~!
소고기를 먹었지만
안 먹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아 굉장히 쪽팔렸다.
쪽만 팔리면 다행이게
이젠 국도 팔게 생겼다.
"여봉? 소고기뭇국 워때?"
"소가 을맨데 소를 찾냐?"
솔까 이런 날에 어울리는 곡으로는
소곡도 좋지만 닭곡도 좋다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본다.
그러니까 잘 알다시피
이건 이거였고 저건 저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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