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205: 서귀포 신시가지 신호등(Traffic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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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하고 서대문구에 살 때는
홍제동이든 홍은동이든 연희동이든 간에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널 적에
신호등이라는 놈들이
느린 게 미학이고 철학이라고
착한 소 눈망울처럼 끔벅끔벅 거린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게 빨라
을매나 빠른지 세월아 네월아 숫자를 세어본다.
"하나~ 두울~ 세엣~ 네엣~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여얼~"
그에 반해 여기 제주 서귀포 혁신도시 앤 신시가지 신호등은
짬짜미처럼 무언의 약속이라도 되어 있는지
인도에서 도로를 가로지른 흰색의 선이 그어진
횡단보도로 발을 떼자마자
바로 즉시 반짝반짝거린다.
"아니 지들이 별빛이야?
왜? 반짝반짝 거려?"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아홉 열"
깜빡임을 눈으로 보고 소리 내어 읽어보니
신호등이라는 놈이
검지손가락을 세운채
아니 아니 그렇게 세는 게 아니라 말한다.
'일이삼사오육칠팔공!'
"아오띠~ 입에 모터를 달았나? "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지
그야말로 후다닥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
바로 당장 피아니스트가
온몸으로 피아노를 치듯 키보드 자판을
'타다타다타다닥~!' 내려친다.
"와아~ 미친. 깜빡임이 왤케 빨라!"
뭐라고
입을 열면 열수록
입을 털면 털수록
LED조명이 점점 더 8282 깜박인다.
"야,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지 되지 돼지..."
안 되지가 결국 돼지가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댕민국 지방 어디 시골에 가면
신호등이 하도 느리게 깜박거리다 못해
졸다 옆으로 픽. 픽. 쓰러지기까지 한다던데
서귀포 혁신도시 신호등은
혁신도시의 혁신 그 자체이다.
내 듣기론 제주시민들은
서귀포를 시골이라 부른다는데
오또케 된 게 시골스러운 서귀포의 신호등은
서울은 둘째치고
전국에서 젤 빨라.
'말이야 방구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전국구인줄.
속도로는 신호등계 로켓배송에 뛰어들어도 될듯하다.ㅎ
맛있는 거 옆에 옆에 옆에 혹자가 말하길
"신호등,
어린놈의 색히가
못된 건만 배워가지고 ㅉ
고만 확 세려 부라!"
한국말의 가벼운 노래가사와 달리
영어로 된 가사는
제법 있어 보인다.
"맞나?"
"Dragon Night Dragon Night Dragon Night Dragon Night
All of us will sing together
Like we're best of friends
Moonlight starry skies firebirds tonight
Let's dance everybody until the sun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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