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218: 비오는 날의 수박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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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네 그대 작은 화분에
잊혀졌던 기억이 떠오르네
비가 내리네 그대 떠난 마음에
슬픔만이 남았다네 견딜 수 없다네
눈물 흐르네 외로운 내 마음엔
그대 없는 이 밤이 너무 길게 느껴지네
비가 내리네 쓸쓸한 내 마음에
그대 떠난 이 밤이 외로워졌네
워우 워우 워우~'
비가 와서일까?
노래 때문일까?
짜파게티(chapagetti) 먹고 가라고 했다고
정말 짜파게티 먹고 간
빨간 날 일요일이
너어~~~무 많이 먹어 물러터졌는지
종일 비를 맞아
퉁. 퉁. 불었는지 몰라도
탱탱 아니 빵빵하다.
누가 장마철 아니랄까 봐?
주구장창 종일 축축한 비가 내린다.
젠장. 하필이면 쉬는 날에 비가 오다니...
"우헤헤헤~
난, 비 오는 날이 너어~~~무 좋아!"
"왜~에?"
"음, 미스트를 뿌린 것처럼 피부가 촉촉한 것도 좋고
세상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도 나름 좋고
무엇보다 비가 오면 수박 내음이 나는 게 젤 조아!"
"비 냄새도 아니고 뭔 수박냄새?"
"킁. 킁. 자기 안 나?
난, 너무 조은데"
"인간아? 인간아?
네 손에 있는 수박이 깨졌구만."
"응, 뭐가?"
아래를 쳐다보니
내 손에 있던 수박이
아니 정확하게
수박줄 안에 있던 수박이
어디 뾰족한 곳에 부딪쳤는지
뻘겋게 속살이 드러나있고
수박물이 뚝. 뚝. 떨어지고 있다.
뒤돌아보니 그동안 걸어왔던 자리에
수박물로 점선을 정성스럽게 긋고 있었다.
그야말로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아니 비 오는 날의 수박화채가 되었다.
그러니까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 아니 수박이
진짜 수박냄새가 나는 게 아니라
수박이 깨져서 수박냄새가 난 것이었다.
"정말 수박 깨지고 싶냐?"
"아닌데 비 오면 진짜 수박냄새가 난다고..."
"닥쳐 이 따슥아!
내가 그렇게 앞 뒤로 마구 흔들면서 걷지 말랬지.
항상 조심스럽게 살살 들고 갔어야지."
맛있는 거 옆에 옆에 혹자는
비 온 뒤 풀 냄새가
또는 생선 비린내가 난다고 하고
비 오면 흙먼지 냄새라는데
난 왜 수박 냄새가 나지?
긁적긁적!
"아이씨 오늘 공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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