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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218: 비오는 날의 수박 냄새

부웅 날아 이단옆차기 2023. 7. 1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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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218: 비오는 날의 수박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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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네 그대 작은 화분에
잊혀졌던 기억이 떠오르네
비가 내리네 그대 떠난 마음에 
슬픔만이 남았다네 견딜 수 없다네
눈물 흐르네 외로운 내 마음엔 
그대 없는 이 밤이 너무 길게 느껴지네
비가 내리네 쓸쓸한 내 마음에 
그대 떠난 이 밤이 외로워졌네
워우 워우 워우~'



비가 와서일까?
노래 때문일까?

짜파게티(chapagetti) 먹고 가라고 했다고 
정말 짜파게티 먹고 간 
빨간 날 일요일이
너어~~~무 많이 먹어 물러터졌는지
종일 비를 맞아 
퉁. 퉁. 불었는지 몰라도
탱탱 아니 빵빵하다.

누가 장마철 아니랄까 봐?
주구장창 종일 축축한 비가 내린다.

젠장. 하필이면 쉬는 날에 비가 오다니...

"우헤헤헤~ 
난, 비 오는 날이 너어~~~무 좋아!"

"왜~에?"

"음, 미스트를 뿌린 것처럼 피부가 촉촉한 것도 좋고
세상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도 나름 좋고
무엇보다 비가 오면 수박 내음이 나는 게 젤 조아!"

"비 냄새도 아니고 뭔 수박냄새?"

"킁. 킁. 자기 안 나? 
난, 너무 조은데"

"인간아? 인간아?
네 손에 있는 수박이 깨졌구만."

"응, 뭐가?"

아래를 쳐다보니
내 손에 있던 수박이
아니 정확하게 
수박줄 안에 있던 수박이 
어디 뾰족한 곳에 부딪쳤는지 
뻘겋게 속살이 드러나있고 
수박물이 뚝. 뚝. 떨어지고 있다.

뒤돌아보니 그동안 걸어왔던 자리에
수박물로 점선을 정성스럽게 긋고 있었다. 

 

그야말로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아니 비 오는 날의 수박화채가 되었다.

그러니까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 아니 수박이
진짜 수박냄새가 나는 게 아니라
수박이 깨져서 수박냄새가 난 것이었다.

"정말 수박 깨지고 싶냐?"

"아닌데 비 오면 진짜 수박냄새가 난다고..."

"닥쳐 이 따슥아!
내가 그렇게 앞 뒤로 마구 흔들면서 걷지 말랬지.
항상 조심스럽게 살살 들고 갔어야지."

맛있는 거 옆에 옆에 혹자는
비 온 뒤 풀 냄새가 
또는 생선 비린내가 난다고 하고
비 오면 흙먼지 냄새라는데
난 왜 수박 냄새가 나지? 
긁적긁적!

"아이씨 오늘 공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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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수박 냄새
비오는 날의 수박 냄새
비오는 날의 수박 냄새
비오는 날의 수박 냄새
비오는 날의 수박 냄새
비오는 날의 수박 냄새
비오는 날의 수박 냄새
비오는 날의 수박 냄새
비오는 날의 수박 냄새
비오는 날의 수박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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