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216: 새까만 까만새, 어떤새, 검은새, 누구새,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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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보나 얼핏 보나 거기서 거기인데
어디서 누구한테 같기도를 배웠는지
까마귀로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직박구리로 보이는 거 같기도 한
새까만 까만새, 어떤새, 검은새, 누구새, 어느새...
무튼 검은색의 새 한 마리가
유승한내들아파트 상가 건물 입구 유리문 앞에 서서
"열려라 참깨!
찍찍! 아니 짹짹!
아니 이건 더 이상하고
무튼 자기 딴에 뭐라고 뭐라고
혀꼬부라진 소리로 쏼라쏼라
쐬주 1잔을 찌그린다.
"야발라바히야 모하이 마모 하이루라!"
이거하고 비슷하려나?
아, 그게 덩크슛 가사에 나오는 주문이랑 비슷한 걸로 보아
노래를 하고 있었나 보다.
긁적긁적
아, 그랬더니 정말 홍해가 둘로 갈라지듯
유리문이 벌컥 양쪽으로 두 팔을 쩍! 벌린다.
'세상에 이런 일이' 싶지요?
사실은 보는 내가 하도 답답해
유리문을 개활짝 열었다.
왜냐하면 내가 출근하는 사무실이
이 건물 2층 젤 안 쪽에 있거든.
"푸홧하하하"
물론 내가 그 자리에서 그렇게 웃지는 못했다.
새까만 까만새, 어떤새, 검은새, 누구새, 어느새...
가 깜딱 놀랄까 봐?
속으로 조용히 웃으며 새님을 안으로 모셨다.
"어서옵쇼~!"
누가 보면 내가 왕년에 나이트장에서 쫌 놀아본 듯하다.
입구에서 주윤발 아니 조용필을 찾으세요!
우리 때는 그랬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계속 모르는 게 신상에 좋다.
왜냐하면 찾으라! 찾을 것이요. 구하라! 구할 것이요.
이라는 빨간책의 쓸데없는 헛소리 때문이라도
모르면 계속 모르는 게 속 편하기 때문이다.
사실 학생 때 공부만 했다.
넘들은 몰라도 이웃님들은 꼭. 알아주시길 바란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검은색으로 머리어깨무릎발무릎까지
쭈~욱 빼입은
새까만 까만새, 어떤새, 검은새, 누구새, 어느새...
는 내가 뒤따라오는 게 겁나 귀찮은지
계단을 호다닥 뛰어 올라갔다.
"앞에 가는 새는 도둑 아니 부끄럼쟁이"
이에 한 수 더 떠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노래가사처럼
유승한내들 상가 건물 2층 복도를
깡총깡총 뛰어서 앞서 가는
새까만 까만새, 어떤새, 검은새, 누구새, 어느새...
를 보자니
헛웃음이 다 나온다.
"지가 산토끼야 모야?"
내가 본
새까만 까만새, 어떤새, 검은새, 누구새, 어느새...
를 이웃님들에게 진짜 구라를 1도 안 섞고 말하자
맛있는 거 옆에 옆에 옆에
혹자는 검독수리라고 하고
영자는 까마귀라고 하고
미자는 직박구리라고 하고
순자는 가마우지라고 하고
정자는 흑기러기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까만 새 종류가 많긴 많다.
"어두운 복도를 홀로 걷는 새야.
갈 곳을 잃었나? 깜장색 고무신 같은 새야.
빡치는 소리로 노래하는 새야.
네 짝을 잃어 열받은 검은색 새야"
강변가요제인지 대학가요제인지
옛날에 이런 노래가 있지 않았나?
긁적긁적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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