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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214: 하루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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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시간에 맞춰 바닷가로 향하는데
꽃단장하듯이 검푸른색으로
덕지덕지 덧칠되어 있는 어둠에게
저 멀리서 달려온 붉은 기운이
부웅~날아
쿵~!
럭비태클로 부딪치자
머리를 쓰다듬듯
아니 가발이 훌러덩 벗겨지듯
깊고 푸른 밤의 레이어가
한 겹 벗겨졌다.
쿵! 쿵!
삼겹살처럼 두툼한 검푸른색의 레이어가
붉은 기운이 부딪칠 때마다
한 겹 씩 한 겹 씩 벗겨졌고
대지와 맞닿은 하늘은
점점 붉은색의 내복을 입은 새벽이 되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 노란색의 기운이 저만치서 달려와 붕~! 날아
이단옆차기로 쿵~! 하고 붉은색을 걷어찼다.
그렇게 노란색의 기운이 부딪칠 적마다
바다와 맞닿은 하늘 언저리는
샛노랗게 질려버렸는지
금방 노란색이 되었다.
쿵~!
뭐에 부딪쳤는지
부르르 떨리는 노란색
이번엔 흰색이 아니라
밝고 투명한 밝은 빛이
그 노란색을 들이박았고
박치기 횟수만큼 노란색의 기운은 힘을 잃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하루는
검은색에서 푸른색으로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붉은색에서 노란색으로
노란색에서 밝고 투명한 색으로
순차적으로 밝아왔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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