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231: 서귀포 법환바다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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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일찍 눈이 떠졌다.
어제 넘나 피곤해서 초저녁부터 잠들어서 일 것이다.
시간이 너무 이르다.
좀더 자두자 싶어
다시 눈을 감아도 도대체 잠을 잘 수가 없다.
좀더 자려고 노력을 하면 할수록
잡 생각이 또렷해지고 애꿎은 시간만 흘렸다.
안 되긋다.
이럴바에야 운동삼아 일출이나 봐야긋다 싶다.
후다닥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법환바다로 총총 걸어갔다.
저 멀리 수평선에 붉은 기운이 스멀스멀 어리는 걸로보아
제 시간에 도착할 거 같기도 한데
행여 해가 뜬 후에 도착할까봐?
성큼성큼 발걸음이 빨라진다.
아뜰리에안 카페 앞으로 오니 해 뜨기 일보직전이었다.
딱. 조아!
갑자기 법환동 바닷가 검은 실루엣 위로
용의 입 안에 있던 붉은 구슬이 툭 튀어나왔다.
그 기운을 1도 남김없이 그대로 받고자
60갑자 내공으로 심호흡을 하며
볏집 쌓듯 단전에 기를 차곡차곡 모았다.
혹시는 혹시 누가 보면 어쩔?
뭘 어째?
보면 보는 거지.
맛있는 거 옆에 옆에 옆에 좌선을 한 채
허공속에 붕~! 떠오른 김띠 아저띠를 목격했을 것이다.
이는 UFO를 본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뜨악하는 광경이었을텐데...
머리 위 몽글몽글 거리는 무지개빛 구운몽을 차츰차츰 걷어들이고
아무런 일 없었듯이 제자리에 착지하고 나서
남쪽하늘을 아니 동쪽하늘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난 왤케 믓찌지!'
"왈. 왈. 왈."
지나가던 똥개가 산통을 다 깼다.
"아따 저 놈의 개눔의 시끼는 분위기를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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