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230: 분화구가 달처럼 둥근 다랑쉬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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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삼국지의 관우 장비 유비처럼 의리로 뭉친 건 아니지만
이래저래 당근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다랑쉬오름에 도착하니
초입부터 꿀벌 5555마리가 날듯한 예초기 소리가 왱왱거린다.
이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하시는 인부들의 노고에
엄지척 쌍따봉을 아낌없이 보내드린다.
오름탐방 모임이 최소 10명은 넘을줄 알았는데
고작 하00, 새000, 무000000 3명이서
단촐한 가족처럼 살방살방 걷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연탐구 학습생답게
왜모시, 모시물통이, 가시처럼 생긴 무릎에 좋다는 우슬, 닭의 장풀 달개비, 산초, 두릅, 뿌리가 국수 같아 국수나무, 야관문, 인동초처럼 하얀색 꽃 사위질빵, 절굿대, 비자나무...
하00이 예의 바르게 친절하게 112 이름을 알려주면
우린 사진을 찍고 그렇고 그렇다.
분명하고 확실한 건 식물마다 다 자기 이름이 있다는 게 굉~장히 놀랍다.
그렇게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설명을 듣고 담소를 나누다 보니
당연히 걸음이 느려질수 밖에 없다.
다만 느려도 너어~~~무 느리다는게 함정.
그래도 나름 공부도 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오전의 날씨는 날이 흐려 온몸이 찌부퉁 한 지 시야가 온통 흐리멍덩하다.
비가 안 오는 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하며 천천히 걷는다.
다랑쉬오름 둘레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죄다 비자나무길이다.
비자나무는 세상세상 즐비한데 열매가 1도 없어
여기 이 세상 있는 비자나무는 죄다 수나무들 뿐인가 싶다.
불행 중 다행인지 마침 암비자나무에 매달린 비자열매가 눈에 뙇! 띈다.
빨간 맛인지 무슨 맛인지 궁금해
열매를 살짝 깨무니 상당히 떫다.
퉤! 퉤! 퉤!
입안에 있는 걸 모두 바닥에 뱉어 원래 태어난 곳으로 돌려보냈다.
아마 은행처럼 열매 안 씨앗 속에 것만 먹나 보다.
껍질을 벗겨내면 아몬드처럼 연한 갈색에 딱딱하고 얕은 주름이 있는 씨가 들어 있다.
맛은 떫으면서 고소하다.
"아, 진짜?"
무튼 비자 기름이 입 밖으로 질질 흘려 나와 손안이 끈적끈적하다.
"기름이 몸에 좋고 맛도 좋으나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해.
특히 얼굴에 처발라.
얼굴이 번쩍번쩍! 아니 반질반질 광택이 생겨.
물광피부 알지?"
"에고 난 피부가 좋아 1도 안 발라도 돼."
"그 양이면 적어도 천 원어치는 돼."
원래 여자들은 미용에 관심이 특별히 많지만
남자들이라면 당근 말밥 응 버려!이다.
슬슬 출출해질 시점에
새000님이 주신 단호박을 먹으니
솟아라 힘! 뻗어라 힘!
갑자기 울끈불끈 해지고 몸과 맘이 단단히 곧추선다.
추~울발!
"오름은 어디 어디 가봤어요?"
"다랑쉬오름과 다람쥐오름."
"네? 다람쥐?"
"네넨!"
"장난해요."
"장난 아니에요."
"최소 10개는 넘지 않을까요."
"어디 이름 대봐요?"
"아니 그걸 왜?"
"어헛! 빨랑."
"물영아리 샛별오름, 사라오름..."
"10개 안 되는데..."
"무슨 소리예요.
올레길 걸을 때 나오는 오름만 해도 10개는 넘는 돼요."
"아, 글쿠나."
다랑쉬오름에 오르는 계단길에서 바라본 동쪽에는
모두가 다 알다시피 일출봉과 우도가 싹. 보인다.
때마침 시원섭섭한 바람이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걸어왔던 다랑쉬오름을 뒤돌아본다.
오후의 햇살이 나만 골라 때리듯 느무느무 더울 때 나무아래 그늘에 있으니
양지바른 곳에서 부는 바람과 천지차이다.
음지 바로 옆이 양지이고 양지 바로 옆이 음지이고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 바로 옆인데
이렇게 온도의 차이가 날까?
X자가 있는 손지오름에서 마징가 x가 나온다는
맛있는 거 옆에 영자 옆에 옆에 혹자가 말한다.
"응, 아니야!"
시유어게인 내 단단히 지켜본다.
찌릿~!
마징가는 내 눈빛에 놀랬는지 나올 엄두를 1도 못 낸다.
분화구가 달처럼 둥근 다랑쉬오름을 오름의 여왕이라는데
음, 난 잘 모르겠다.
다랑쉬오름이 여왕인지 왕인지는 몰라도 그 좋다는 오름을
내가 내가 느꼈으니 참 좋은 거다.
소~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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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쉬오름
https://place.map.kakao.com/25200772?referrer=daumsearch_local
*같이 보면 좋을 억새로 유명한 제주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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