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229: 제주 서귀포 호텔에 무단입실한 사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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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이웃나라 섬나라 제주의 특성상
벌레가 많아도 너어~~~무 많다.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방, 하루살이, 모기, 파리 등등과
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장수하늘소, 지네... 등등
이름을 알고 있는 벌레만 나열해도 한가득인데
이름 모를 기타 등등의 벌레는
이름을 아는 벌레보다
몇 배 몇십 배 몇백 배로 많다.
하아...
그러니 말 다했지 싶다.
제주 서귀포 벙커호텔에도
제주의 벌레들이 하도 많아
어쩌고 저쩌고...
됐고!
알다시피 작은 벌레들은
물이 좋아 산이 좋아 산타는아저띠처럼
내향적이고 워낙 소심한 성격에 겁이 무척 많아
사람 눈에 띄면 쏜살같이 내빼는데 비해
게발처럼 커다란 집게를
주딩이에 척하니 착! 장착한 새까만 사슴벌레는
가슴에 잔뜩 뽕? 이 들어간 비너스나
어깨나 팔에 뿔처럼 솟은 깡따구 강타우(Kangtawoo)처럼
건들건들 걷는 게
누가 봐도 딱. 천하 무적의 깡패처럼 보인다.
수련한 외모는
깜장색 구두약으로 물광을 낸 듯 반들반들한 게
게발처럼 커다란 집게를
주딩이에 척하니 착! 장착한 새까만 사슴벌레다.
어깰 으쓱으쓱 거리며 위풍당당하게
제주 서귀포 벙커호텔 로비 한복판을 지나가니
시장돗때기 같던 1층 프런트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모든 사람들이
쥐 죽은 듯 침묵하니
갑자기 면벽수련을 하는 신자들 같다.
"저,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나, 제주 서귀포 벙커호텔에 체크인하려는데..."
아~놔!
"아, 그럼 손님이
오늘 201호에 예약된
말쑥한 정장차림의 까만색 불청객이시군요."
"그렇소만,
내가 아까부터 느낀 건데
여긴 왤케 눅눅하고 꿉꿉해?"
"아, 그건 요즘 제주가 장마철이다 보니
습해서 곰팡이도 피고 버섯도 피고..."
"뭐라고 횡설수설인데
그냥 환기나 잘 시키라고."
"네넹!"
말 같지 않은 벌레의 거창한 일장연설을 듣고 나서
제주 서귀포 벙커호텔 사장님에게 알아봤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마다 찾아오는 방문객이란다.
그럼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는 그 각설이?
"각설이도 아닌 게 죽지도 않고 또 왔네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죽지도 않고 더 왔네!"
"뭣이?"
"늙음이"
"에라이~ 모르겠다.
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련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한 달이 넘게 지속된 지긋지긋한 장마가 끝나니
아열대성 몬순기후 때문인지
하루에 한 번 꼴로 시도 때도 없이
제주 서귀포 벙커호텔에
하늘의 은혜처럼 소나기가 마구마구 퍼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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