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235: 이따 오후 7시에 서귀포 호떡집에 불이 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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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세평테이블에서 서귀포 호떡집을 하는 하0샘은
서귀포 호떡과 호빵사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인지?
도대체 갈피를 못 잡는 거 같았다.
한 번은 얄쌍하게 또 한 번은 두툼한 게
일정한 원칙도 규칙도 안 정해진 듯하다.
호떡은 말한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이는 마치 폴 고갱의 역작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
를 가마니로 보이게 가만히 보면
'호떡은 어디서 왔으며, 누구의 것이며, 어디로 가는가?'
를 말하는 것 같았다.
굳이 부연 설명을 하자면
화면 오른쪽에는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이가 있고,
가운데에는 한 젊은이가 호떡나무 열매를 따고 있다.
화면 왼쪽에는 인생의 말년을 맞이한 노파가 등장한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인류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호떡을 을매나 좋아하는지를 쓱. 보여준다.
ㅋㅋㅋ
노~놉!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내가 내가 응원하는
세평테이블에서 서귀포 호떡집을 하는
하0샘의 서귀포 호떡은
호떡과 호빵사이 그 어느 지점에 서 있다.
지금은 숙련되지 않아 많이 부족해 보이지만
처음 만들었을 때보다 분명 나아지고 있다.
누른 판에 눌린 배가 터져서
설탕이 한쪽으로 삐져나오거나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근육 투성이의 호떡들이
매일매일 하루가 다르게
점점 이뻐지고 좋아지는 것이다.
아직은 연습 중이라지만
반죽이 존마이 묽어야 하는데
조~올라 된 지
시간이 지나면 마이 딱딱해져
뜯고 씹고 맛볼 때
이빨이 빠지는 줄 알았다.
또는
두텁!
두께가 너무 두꺼워~
얄상한 호떡에 매끈한 호떡을 기대했는데
듬직한 게 하나만 먹어도 음~청 배부르다.ㅎ
그리고 아직은 밀가루 반숙 상태가 숙성이 덜 되었는지
기름은 팔팔 끓는데
밀가루 냄새가 펄펄 난다.
그래도 그게 어디랴?
파리 날리지 않는 게 천만다행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둘째 날
세평테이블에서 서귀포 호떡집을 하는
하0샘이
"호떡 먹으려 오세요~!"
"그럼 이번에 가면
팬케익처럼 부드러운데
꿀즙이 팡팡 터지는
호떡 맛볼 수 있는 거죠?"
"개봉박두 컴잉쑨 했는데
김 빠진 맥주처럼
꿀 빠진 호떡이면 정말 아니되옵니다."
"꿀호떡이라면서
설탕범벅 호떡만 주시네요."
"이거 사기 아닙니까? "
주인장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호떡을 구워낸다.
"이거 이거 호떡이 너무 늦게 나오는 듯?"
"원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름!"
"색다른 호떡은 없을까?"
"호떡이 거기서 거기지!"
"호떡 안에 고구마가 들어간 건 어때?"
"아니면 호빵처럼 팥이 들어간 호떡은 어떨까?"
예수가 부활했다는 셋째 날
오늘도 세평테이블에서 서귀포 호떡집을 하는
하0샘이 호떡 먹으려 오라고 해서
맛있게 만들어놓았다는 호떡도 먹을 겸
놓고 온 우산도 찾으려 갈 겸 겸사겸사
서귀포 명동로 19 세평테이블에 찾아갔다.
얼른 처먹으라! 고 종이컵에 싸주길래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따끈따끈 호떡 시식을 했다.
'참 맛나더라.'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마이 홈 스위 홈으로 돌아가야 하길래 인사를 건넸더니
호떡 영어로는 Sweet Korean Pancake 10개를 포장해 준다.
"개당 1,000원씩인 거 rg?"
"이제 가면 언제 오나?"
ㅋㅋㅋ
넷째 날
눈 뜨자마자 아침 식사 대용으로
모닝커피에 호떡을 곁들었다.
갓구원 낸 호떡도 맛있지만
아침에 먹는 호떡이 더 맛있다.
"아니 이렇게 맛있게 만들어도 되는꼬얌?"
"이따 오후 7시에 서귀포 호떡집에 불이 날 거예요."
.
.
세평테이블(서귀포 호떡)
주소: 제주 서귀포시 명동로 19(서귀동 417-12)
전화: 064-733-8987
https://map.naver.com/p/entry/place/1525541421?lng=126.56396630877752&lat=33.247431169318475&placePath=%2Fhome
세평테이블(서귀포 호떡)
주소: 제주 서귀포시 명동로 19(서귀동 417-12)
전화: 064-733-8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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