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331: 짙은 무채색의 어둠 안개그림자
·
·
모두가 잠든 후에
인적이 뚝. 끊긴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매일 운동삼아 워크온앱을 켜고
서귀포보건소 주최의 '탐나는 걷기챌린지'를 한다.
으쓱으쓱
아니 오싹 오싹
몇 시간 전까지 시끌벅적한 식당은
언제 그랬느냐는듯 노란색 전등불마저 꺼져
그 앞 길이 썰렁한 게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무료한 낙엽 하나 없다.
이쯤 되면 너무 썰렁한 거 아닌가 싶다.
그래도 그렇지 무대에 주연이 아니라면
먹고살 수 있게 조연이라도
쓱. 등장해야 하지 않을까? 긁적긁적~6-.-;
기회는 지금이다라고 싶은지
집을 잃은 듯 정처 없이 떠도는 개 한 마리가
밤을 지배하는 자 유령이 이끄는 대로
긴 그림자를 질질 끌듯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개새
아니 개님은
자기가 까마귀인양
"까~악! 카~악!"
기침을 내뱉는다.
이미 약속이라도 되어있는 듯
개님이 지나간 그 길을 조용히 따라 걷는다.
밤안개 가득한 서귀포 신시가지 대청로에
가로등에서 뿜어내는 음산한 분위기로 유앱들이
좌우로 정렬 정렬 김정렬 했다.
이건 뭐 대놓고 등장하는 씬이라는 걸까?
신 스틸러(Scene Stealer)라고 할까?
물론 게들 중에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이
밤이나 낮이나 떠억 버티고
낮이나 밤이나 나는 모르쇠로 버팅기고 있는
뻔뻔하고 대담한 녀석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믿거나 말거나
짙은 무채색의 어둠은
그런 나에게 길을 묻지 않는다.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시간도
너의 운명이라고 말한다.
1시간 내내 서귀포 신시가지를
떠돌던 유랑자가 되었다가
나의 안식처인 홈 스윗 홈으로 가는 길은
아직 깜깜하고 어둡다.
내일은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을
10바퀴 돌아야지.
"유 후우~훗!"
·
·
'제주를 더 제주답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살이 333: 처서(處暑) 기념으로 생수 1 빠레트를 옮기다. (22) | 2024.08.23 |
---|---|
제주살이 332: 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퇴근길 오후 (22) | 2024.08.21 |
제주살이 330: 너를 향한 나의 시선 (34) | 2024.08.12 |
제주살이 329: 앰배서더호텔 머큐어 제주(Mercure Ambassador Jeju) 옆 곶자왈 (20) | 2024.08.10 |
제주살이 328: 대찬인생 정방폭포(Jeongbang Waterfall) (26) | 2024.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