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사랑하며 #221: 태풍이 지나간 홍제동 고은산(Goeun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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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 창밖으로 보이는
음청 화창한 날씨가 짱! 짱! 하길래.
오래간만에 태양에 흠뻑 취해보고 싶어
물이 좋아 산이 좋아 검은띠 산타는아저띠는
서대문구 홍제동 고은산으로 얼른
헐레벌떡 뛰어갔습니다.
어찌나 겁나게 빨랐는지
차길 옆 오막살이 아니 아니
인도를 뛰어갈 때
내 주변으로 차 한 대 지나가는걸
세상 세상 보지 못했습니다.
한편 오른쪽으로 고은산 운동장에
아직도 어린아이들이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신나게 공을 차고 있었고
왼쪽 도로에는 개미들이
열나게 뭔가를 영차영차 나르고 있습니다.
쓰발~ 어디서 개뻥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허리도 가늘군 만지면 똑! 부러지리는
오늘도 고생이 많군.
축지법을 이용하여 계단을 능공허보? 를 이용해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능공 능공 올라가니
고은산 어린이놀이터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사도 안 가고 똑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맨날 비가 새어 누수 걱정으로
심신이 지쳤을 만도 한데도
녀석은 전혀 내색을 하지 않습니다.
한눈에 둘러보니 고은산의 나무들은
원펀치 쓰리강냉이가 되어
여기저기 뒹굴고 있고
처절한 비명이
귓가에 웅성 웅성 맴도는데
무슨 소리가 해서 가만히 귀 기울어 보니..
'신발 나~ 죽네!'를 연발하고 있다.
'개늠의 색히~'
발목이 부러진 넘, 배가 터진 넘, 목이 부러진 넘, 팔다리가 부러진 넘..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들의 아비규환처럼
그들의 환청이 들리는 건지 내가 미친 것인지...
'불쌍한 녀석들'
'지지리 복도 없지'
특히 배드민턴을 하던 주변 자리는
금방 초토화가 되었는지
아수라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숲이 술에 취해 낙엽과 나뭇가지를 토해 놓은 듯
수없이 많은 낙엽과 나뭇가지와 나무기둥이
쑥 범벅 아니 아니 뒤범벅이 되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시체가 되어
빤스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 차림으로
이리저리 뒹굴고 나자빠져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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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홍제동 고은산(Goeunsan Moun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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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산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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