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61: 제주 서귀포 법환동 동네밤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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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켁. 케엑. 케~켁!"
꿩 점마가 사래가 걸렸나?
코로나19 오미크론에 걸렸나?
노인네처럼 쉬지 않고 잔기침을 한다.
"분명 꿩소리인지
설마 저게 개솔은 아니겠지?"
긁적긁적 6-.-;
아이스커피가 급 땡겨
카페 벙커하우스에서
냉커피 하나 사갖고 나오자
오또케 된건지 이제는
꿩 소리가 안 난다.
"그새 뒈졌나? 아니 자니?"
바닷가 안쪽 공사중인 도로에 서 있는 해녀 언니는
오징어게임처럼 숨바꼭질이라도 하는지
길을 등지고서 나무에 머리를 맞대고
심각하게 기도 중이다.
어제 술 먹던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곳 옆에 옆에 옆에
낮은 돌담사이 틈바구니로 빠져나가는 게
어제 술 먹던 사람들이 구찮았는지
게 중에 어떤 혹자가
오늘은 술 먹는데 방해받지 않으려고
그새 샛길에 철로된 울타리를 처 놓았다.
울 앞에 몇 발 앞서가던 성깔 있는 아저띠가
어느새 언놈이 막아놓았다고 길길이 날뛰더니
나중엔 돌담을 뻥~! 뻥~! 걷어찬다.
화산암으로 된 돌담 한쪽이
한쪽으로 털썩 무너지며
홍해의 기적처럼 길이 생겼다.
"저 아저띠는 모세?"
웬 떡? 아니 웬 길!
자다가 떡이 생긴다고
가다가 길이 생긴 꼴이다.
이걸 일석이조라고 해야하나
누이 좋고 매부좋다고 해야하나?
우리는 깐깐하고 성깔있는 아저띠 덕분에
빙 돌아가지 않는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깊고 푸른 잉크안에
저 혼자 똑. 떨어진 황금빛 조명처럼
바닷가에 우뚝 선 까페들의 오렌지빛 조명이 이쁘다.
음료와 빵을 팔면서 꽃배달하는 까페처럼
제주에선 2가지를 같이 겸업하는
투잡을 생각해내야 할 듯하다.
설에 있을 때는 동네 뒷산만 뻔질나게 다녔다면
서귀포에 와서는 동네 앞바다만 뻔질나게 보고있다.
바라보는 시점이 산에서 바다로만 바뀌었을뿐
나의 루틴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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