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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113: 먹는거에 진심인 모기

부웅 날아 이단옆차기 2022. 9. 2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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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113: 먹는거에 진심인 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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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게 잠입해
소리 소문도 없이 상주하는 자객 모기가 있었나 보다.

무료 임대도 아닌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장기투숙 숙박권 없이 몰래 숨어있는 게 
퍽이나 괘심 하다.

거기다가 한 술 더 떠 
어제에 이어 오늘도 연속으로
깐데 또 까듯 
왼쪽 귀때기 같은자리만 연신 물려 
아니 피를 쪽. 쪽. 빨려 
조나~단단하게 간지럽다.

어찌나 저쩌나 가려운지 
몇 번이나 만지작만지작 꼼지락꼼지락 거렸더니 
알라딘의 마술램프 주문 인양
커져라! 세져라!
빨갛게 분기탱천 해졌다.

솔까 이건 아니지 싶다.

도대체 가려워서 살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죽을 수도 없다.

홧김에 요놈이 어디에 숨었나 찬찬히 살펴보니
등잔 밑이 어둡다고 모니터 바로 아래쪽에 
겁도 없이 떠억 하니 거꾸로 매달려있다.

"어, 안녕! 호텔스 컴바인 
세상에서 제일가는 호텔 최저가..."

드링킹 한 게 알딸딸한 건지
기분이 띵호와인지 '척' 하니 '착' 
노래까지 씐나게 부른다.

"햐~ 요놈 봐라!"

모니터 아래라 
손으로 때리기엔 각도가 안 나오고
힘도 덜 들어가기에 
요래조래 짱구를 굴려보니 
필요할 때 사용하려고 내버려둔 각 휴지가 적당해 보인다.

휴지 여러 장을 손에 부여잡고 
툭. 치고 지그시 눌렀다.

오늘은 거창하게 엎어치거거나 메치지 않고
그냥 누르기 한판으로 끝낼 것이다.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 넷. 세고 
각 휴지를 들어 살펴보니
새까만 모기가 피떡이 되었다.

오 놀라워라! 나의 운동 신경!
이게 뭐라고 나의 자존감이 커진다.

이걸로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담날 어제와 같은 시간 
귀때기가 또 따끔거린다.

"아야~!"

우유 자빠지는 소리에 이어 
모기 전매특허 소리가 들린다.

"엥~!"

수상한 소리에 이끌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쫓아가니
어제 내가 죽였던 모기와 똑같이 생긴 놈이 날다 
내가 젤 좋아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개미' 책 등에 살며시 앉는다.

생각이고 말고도 없었다.
바로 그 즉시 나의 필살기인 
금강 품새 바탕손 턱치기로 
한 번에 뙇! 잡아버렸다.

만약 눈에만 안 띄었어도 
헌혈 한셈 치고 잊었을 텐데
눈앞에 알짱거리니 
모기 할애비가 와도 어쩔 수가 없다.

어쩔 TV! 저쩔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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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제주살이 #113: 먹는거에 진심인 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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