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124: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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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로 봄부터 출근도장을 내내 찍어왔던
서귀포의료원 신경외과를 쓱. 나와
절룩거리며 열린 병원 앞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갔다.
여기서 집 앞을 지나가는
510번 버스를 타고
강정동, 대륜동, 법환동 교집합에 자리 잡은
마이 홈 스윗 홈이 있는
제주 월드컵경기장 방향으로 간다.
서귀포 중앙로터리 일호광장
버스정류장 근처에 튀김집이라도 있는지
파닥 파닥 파다다닥
닭날개 튀겨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오전 11시부터
튀김을 준비하는 집이 있네?"
후라이드 치킨집이
어디에 붙어있나 싶어
주위를 빙 둘러보니
버스 맨 뒷좌석 창에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하나가
버스 창을 뚫고 나가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엄마야! 나는 왜?"
쇼생크 탈출처럼 넘나 열심히라
짠~! 하다못해 좌불안석이다.
도와줄까? 말까? 할까? 말까?
잠시 고민을 때린다.
바로 그때
510번 파란색 간선버스가
다음 정류장 (구)중앙파출소에 뙇! 멈췄을 때
얼른 뒷좌석으로 후다닥 달려가
잠자리를 구원의 손길,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 사이로
단 한 번에 재빨리 사로잡았다.
"느낌 알잖아?"
"어렸을 적에 많이 해봤으니까!"
그런데, 윤석이 아까부터 어찌나 저쩌나 애썼는지
잠자리에게 넘나 소중한 투명 날개가
살짝 찢어져있다.
에휴~! 안쓰럽다.
억압 속에서 죽기보단 자유를 만끽하다
남은 여생을 마치기를 바라며
창밖에
훠이~! 날려보냈다.
아, 그런데 녀석은
한마디의 인사도 없이
쌩~! 날아가버린다.
맘속으로 제발 흥부의 제비다리가 보은을 바라는 건
넘나 자본주의 사고인가? 싶어
머리를 긁적긁적 거리게 된다.
고추잠자리가
어디에 가서 살든
부디 잘 먹고 잘 살길 바란다.
솔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김씨 말고 박씨라도 하나 물어주면 땡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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