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162: 카페 무선 진동벨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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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뷰맛집으로 알려져
소문만복래인 우리 우리 벙커하우스 카페는
최근에 무선 진동벨 '띵동'을 장만한 이후
손님들이 자기 자리에 앉아
진동벨을 갖고 기다리는 동안은
본연의 업무만 할 수 있어 자유롭다.
무엇보다도 진드기처럼
카운터 앞에 찰싹 달라붙은 채
이건 맛있고 저건 맛없고 어쩌니 저쩌니 깐죽거리거나
음료를 빨리 달라고 8282병에 걸린 환자들이
닦달하거나 쪼으지 않아 좋다.
그 진동벨을
누가 훔쳐가는지 알 순 없지만
2~3일에 1개씩 없어지더니
결국 한 달 만에 딸랑 3개만 남았다.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IT업계의 총아 진동벨 잃어버렸다고
사장님한테 하도 욕을 먹고 나니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고
오리가 빙의했는지 입이 아니라 주딩이가 대빨나온다.
음료 만드느라 바빠 죽겠는데
진동벨을 누가 가져가는지 알게 모람?
나 원 참 일은 하지 말고
언넘이 그걸 훔쳐가나 집어먹냐?
지켜보고 있으라는 거냐고요~옹!
하아...
"할 일 없는 사장 자기가
감시자처럼 CCTV라도 쳐다보고 있든지"
비가 오거나 주말엔
번호표가 없을 뿐이지
눈에 보이지 않는 대기줄로
사람들이 줄줄이 사탕이다.
5~6천원 하는 음료와 빵이
을매나 많이 팔리는지 하루 매상이 5~6백이다.
말 다했지?
어쨌거나 저쨌거나 사장은
10개에 3~40만 원 하는
카페 무선 진동벨 '띵동'을 새로 사 왔다.
신상이라 이마빡에 기름이 좔좔 흐르고
조명을 받자 번쩍번쩍거린다.
잘 나가는 비싼 신상이니
이번에도 분실 시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알게 모람?"
"돌아수꽈?
알바한테 책임은 무슨 책임"
사장이 요란스럽게 저런 걸 보니
아무래도 방법을 마련해야겠다싶다.
그래서 카페의 지식인 내가내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묘안을 제시했다.
"진동벨 1개에
3~4만 원인데
손님을 가장한 도둑놈들이
하도 훔쳐가니까?
아예 7kg 덤벨에 진동벨을
본드로 붙여놓는 방법이 좋지 않을까?"
"아, 진짜?"
그럼 무거워서라도 들고 가지 않을 듯.
또한 손님은 음료 나올 동안
하릴없이 기둘릴게 아니라
덤벨 하면서 운동도 되니
이런 걸 일석이조라고나 할까?
"오, 천잰데!"
내가 생각한 거지만 나 머리 너어~~~무 좋은 거 아녀?
으쓱으쓱!
바다뷰맛집 벙커하우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진동벨 행방 유무에 대한 나의 고찰이야기다.
세상엔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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