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163: 갑자기 동백이가 보고싶어 제주동백수목원에 갔다.
·
·
오늘은 쉬는 날이라
따끈따끈한 아랫목 캐시미어 이불자락 안에서 퍼질러
하루종일 늘어지게 자고 싶었건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갑자기 동백이가 너어~~~무 보고 싶어
제주동백수목원에 찾아갔기 때문이다.
이런~ 미친...
비록 동백이 공효진은 없었지만
동백꽃이 반갑게 맞아주고 싶은지
붉은색으로 방긋방긋 거린다.
사실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
울 동네 옆에 옆에 옆에 제주동백수목원이 있어
걸어가면 딱. 좋겠지만
알다시피 서귀포 신시가지에서 남원 위미리까진
차로 30분은 가야 된다.
아, 진짜?
제주동백수목원이
오전 9시에 오픈이라 많은 사람들이 오기 전에
휘리릭 둘러보면 좋겠다 싶다.
그래서 점심 먹고 나가는 길에
애들 출근하는 카페에 떨궈주고
커피도 한잔하고 느긋하게 천천히 출발했다.
정말 동백꽃만 보려 가는 게 아니라
아들내미 수영장에 각 잡고 다니려는데
집에 수영모와 물안경이 없어
물안경도 사고 수영모자도 사고
1도 사고 2도 사고 여하튼 다 사야 해서
나가는 김에 말 나온 김에
남원 위미리 방향으로 갈 때
서귀포 1청사 근처 동홍동 다이소에 들렸다.
네비로 제주동백수목원 찍고 달리는 창가로
햇살이 따따하니 식후라 음청 졸리다.
기절하기 딱. 좋은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하니
사람이 사람이
말보다 많고 소보다 더 많다.
화장실 앞은
오줌보를 꼭. 붙들고 줄지어 서있는데
"와~! 신발 사람 졸라 많다"
라고 감탄하는 사람들도 줄 섰고
그에 못지않게 오줌발도 줄지어
줄. 줄. 줄. 떨어져 내렸다.
알다시피 제주동백수목원 입장료는
성인 8천냥인데, 제주 도민이라고 2천냥 할인해 줘 6천냥을 지불했다.
서귀포 영화의 남주인 내가
동백꽃이 핀 길을 걸어주는데
돈을 받지는 못할지언정 주고 걷자니
좀 비싸다는 느낌 같은 느낌이 살짝 든다.
겨울 제주하면 동백꽃인지라
다들 이곳에 오는지
보물찾기 때문에 온 것인지
뭐 하려고 다 이곳으로 오는지
정확하고 뻔한 이유는
도대체 모르겠다.ㅎ
사진으로 볼 때
내 키보다 조금 커 보이던 동백나무들은
실은 음청 커
그 나무 옆에 서면
그 나무의 거시기 정도로 보일 정도로
내가 작아도 너어~~~무 작다.
"아니 결코 작지 않아!"
하소연을 해보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와아~ 답답해 미추어버리긋다.
이걸 꺼내 보여줘야 믿겠냐고
단상 위에 뛰어 올라가 외치던 나훈아의 맴을
조금 아주 쬐끔 알 거 같다.
파란하늘아래 붉은색의 동백꽃과
초록색의 나뭇잎이 크리스나무처럼 보인다.
바람이 쑤아 소리치며 나무를 흔들고 지나갈 때마다
학생 때 우수한 성적의 동백 꽃잎들은
우수수 떨어져 나무 아래가 빨갛게 물들고
양가집 성적의 동백 꽃잎만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분홍 꽃비가 내려 핑크로 물들이는 벚꽃과 달리
붉게 물든 그날처럼
동백은 대지를 빨갛게 피로 물들이고 있었다.
·
·





제주동백수목원
전화: 064-764-4473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927
https://place.map.kakao.com/236028555?service=search_pc
제주동백수목원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927
place.map.kakao.com
'제주를 더 제주답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살이 #165: 타일동파로 들뜸 깨짐 떨어짐 (54) | 2023.01.28 |
---|---|
제주살이 #164: 제주하고 서귀포에 눈이 오면 (38) | 2023.01.27 |
제주살이 #162: 카페 무선 진동벨 '띵동' (27) | 2023.01.18 |
제주살이 #161: 콜드브루(Cold Brew) (28) | 2023.01.16 |
제주살이 #160: 컬러물감 아니고 보르딘 콜드브루 더치커피 원액 12종 선물세트 (36) | 2023.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