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184: 입원에 앞서 채혈과 헌혈사이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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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 수술을 하기에 앞서
입원을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접수처에서 수납부터 하고
채혈도 하고
사진도 찍고...
마지막으로 응급실에 가라고
A6 사이즈의 누런색 종이에
가야 할 곳을 번호순으로 적어주었다.
"자기야,
입원하는데 응급실에 가서 채혈을 다해야 하나 보다?"
뜨악~!
스럽게 좀 의아했지만
일련의 순서를 다 거치고
믿고 응급실로 갔다.
감색 가운을 입은 인턴이
들고 가라는 종이를 쓱. 훑어보더니
저기 저 환자침대에 누운란다.
갑자기?
여기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서있으니
피 좀 빨리다 가라고 한다.
이게 좋은 거야? 나쁜 꼬얌? 긁적긁적 6-.-;
안 그래도 피곤하고 졸려서 한 숨 자다 가야겠다 싶어
뭐 좋을 일이라고
이동식 침대에 발라당 드러눕자
나 죽는다고? 이동식 침대는 삐걱삐걱 거린다.
이놈의 침대가 꽥! 꽥! 거리는 게
발정 난 오리새끼처럼 왜 지랄인지 싶다.
암것도 모른 바보가 하나 왔다 싶은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 감색가운을 입은 인턴이
딱. 봐도 신입생처럼 보이는
파란색가운을 입은 간호사에게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네만 쓰는 의료 영어로 일을 시킨다.
잘 알겠다는 듯이
안경을 쓴 예의 바른 청년은
윗사람에게 무언가를 바치듯
두 손에 소중이를 들고 와
천정을 보고 드러누운 내 팔 옆에
보자기처럼 보이는 파란색 손수건을 펼치자
쬐그만한 주사기가 짠~! 하고 나타났다.
파란색가운을 입은 간호사는
왼손과 오른손을 맞댄 두 손바닥을 쓱. 쓱. 비빈 후
내팔에 고무줄을 칭칭 감아
핏줄이 아흠답게 돋보이게 만든 후
채 했을 때 팔에서 손가락까지 쓰다듬듯
더듬더듬 어루만지는데
'아예 애무를 해라!'라고 말할 뻔했다.
불쾌한 표정을 느꼈는지 재빨리 화제를 돌린다.
"조금 아픕니다."
이제 곧 바늘로 쑤실 거라는 신호다.
"넹!"
그쯤이야 나도 다 알지! 끄덕끄덕!
바늘이 무난하게 피부 속을 뚫고 들어와
혈관에 쉽게 수월하게 장착을 못하는지
핏줄을 못 찾는 건지 무서운 건지 몰라도
난 졸라 아프다.
'아야! 아야!'
우유 자빠지는 소리가
입 밖으로 쏟아져 나갈 거 같다.
"제가 초보라 조금 아픕니다."
'알아! 알아! 이 색히야!'
피를 뽑으라고 팔을 대줬더니
파란색가운을 입은 어리버리한 간호사가
이제 대놓고 땅굴을 파기 시작한다.
무신 귓구멍의 귓밥 파는 것도 아니고
콧구멍 코딱지 파는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쑤셔대는지 모르겠다.
"하아..."
한 번에 톡. 찌른 후
피를 쭈~욱 빨아내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
이 친구는 아무래도 모기를
스승의 스승의 스승의 할아버지로 모셔야겠다.
학생이나 수습생이나
현장에서 일을 배워야 하니
참자 참자 참자 싶어
비록 마루타지만
착한 실험대상을 셀프로 자청한 듯하다.
파란색가운을 입은 어리버리한 청년은
자기 딴에 음~청 집중했는지
두 미간사이가 찌푸려졌다.
나름 열심히 구멍을 찾는데
뭐가 잘 안 되는지
주삿바늘로 후드려 파는 것처럼
겁나 아프다.
간호사 얼굴에 땀이 삐질 삐질 솟아나고
형광등 불빛에 피부가 번들 번들거린다.
안되긋다 싶었는지
감색가운을 입은 인턴에게
"주사기를 교체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도와달라는 듯 애원의 눈빛을 발사한다.
감색가운을 입은 인턴은
모른 척 쌩까고 주사기만 건네준다.
이러다 바늘구멍이 아니라 콧구멍이
오른팔에 땅굴을 파다 피멍이 들자
안되긋다 싶은지 왼팔에 앵긴다.
"오른팔 핏줄이 잘 안 보여서 그러니
왼팔에 해볼게요!"
'우이띠~! 동태 눈깔이냐?
내 손등에서 팔뚝까지 파란색 혈관이
금방이라도 용이 튀어나올 듯 울긋불긋한데
핏줄이 안 보이다니? 색맹이니?'
막내 동생뻘로 보이는 파란색가운을 입은 어리버리한 간호사에게
차마 이렇게 말은 못 하겠고
참으려고 참으려고 하니
속에서 천불이 끓는지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도 내놓은 예수도 있는데
오른팔을 경험 삼아 한번 해봤으니
왼팔은 무난하게 할 줄 알았는데
믿는 도끼에게 발등 찍힌다고 해야 하나?
하아...
7광구에서 석유를 시추하려는지 채굴 작업 중이다.
오른팔에 땅굴 팠던 아까맨시 하는 짓이 똑같다.
이쯤에서 버럭~! 을 해야 그만두지 않을까 싶어
마음속으로 갈등을 때린다.
'좀만 참아?
아니 지금 해야 해!
좀만 참아?
아니 지금 해야 해!'
분노게이지가 1에서 8~9까지 왔는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입술이 메말랐고 분노의 말이 튀어나오려고 움찔움찔 거리는 순간
감색가운을 입은 인턴이 다가와 멤버교체를 한다.
단번에 찔려 피를 뽑아내더니
"됐습니다."
라는데 거기에 대고 욕을 할 수도 없고
"아~ 눼~!"
솜뭉치를 지그시 누르고 있던 자리에 대일밴드를 뙇! 붙여준다.
"수고했습니다."
미안한지 누구의 차트인지 몰라도 차트만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얼른 가라고 하니
간다지만 괜히 억울했다.
그렇다고 바락바락 따질 것도 아니인지라
뒤도 안 돌아보고 바람소리 쌩=3 나게 돌아 나왔다.
입원을 위한 갈 길이 멀고 험하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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