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189: 어디서인가 무슨일이 생기면 갑자기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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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님이 잠든 조용한 시간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
눈이 말똥말똥
중심이 울끈불끈 해진다.
"왜 그럴까?"
"차암 이상하다 그치?"
그럼 볼 일도 볼겸 할 일도 할겸 겸사겸사해서
와이파이가 팡! 팡! 터지는 1층에
쓱. 내려가 인터넷을 한다.
불 꺼진 깜깜한 로비 의자에 앉고 보니
세상만사가 궁금해 미칠 거 같아
오늘자 뉴스 경제, 정치, it 기사를 본다.
어디선가 갑자기?
쿵~!
소리가 들린다.
괜히 소오름 돋고 무서워진다.
어쩜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짜자잔자~ 나타나는 짱가일 수도 있겠다.
꼭. 그렇지는 않은지
쿵- 쿵- 쿵-
저 멀리서부터 거인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이 야심한 시간에 걸리버인가? 좀비인가?
궁금해서 호기심에 쳐다보게 된다.
그놈의 호기심 때문에
공포영화에선 이쁜 여자들이 다 죽는다.
하지만 난 남자니까 ㅎ
입구 쪽 조명등 때문인지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정체불명의 존재가 스르륵 등장한다.
앗!
그녀를 만나기 전 100미터 앞에
휠체어가 보인다.
화장실 앞 대기석으로 그냥저냥 오는 게 아니라
좌우를
쿵. 쾅! 쿵. 쾅!
다 부딪치며 온다.
분명 초보 운전자이거나 음주 운전자로 추측된다.
그러더니 번호표 기계 앞에서 딱. 멈추서서
번호표를 쓱. 싹. 쏙. 뽑는다.
진료 예약을 다 하고 그러나? 싶다.
1장만 티켓 발행을 하는게 아니라
심심풀이 땅콩처럼 계속 뽑아대고 있다.
"잡초제거도 아니고 왜 저래?"
어둠 속에서 내가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이쪽을 휙. 고개를 돌려 한참을 응시한다.
눈싸움 한판을 벌려보자!
아자자자자자~!
하늘 아니 천정이 깜깜하다.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잠시 자릴 떠날까 싶었지만
알다시피 내가 내가 태권도 유단자인가?라서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째려보았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상대방 입장에선 내 두 눈이
맹수의 두 눈처럼 시퍼렇게 활활 타올라
깜놀해 바지에 오줌 좀 지렸을 거다.
'에헴 나 이런 사람이야!'
몬 본 척 조용히 지나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휠체어가 훽 돌며 뒤로 가며
"아자자자~! 아자자자~!"
괴성을 지른다.
아 신발 애 떨어질뻔했다.
십년감수했다.
그러니까 서귀포의료원 새벽과 밤늦은 시간엔
아주 아주 괴기스럽고 무서븐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갑자기 심장 쫄깃 어텍을 당할 수 있다.
뉴스를 보고있는데 어디서 인가 무슨일이 생기면 나타난다는
자자자짜장 짜장면아저띠가 아니
휠체어를 아저띠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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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의료원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장수로 47 (우)63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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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의료원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장수로 47 (동홍동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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