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191: 하하하하 맹장 수술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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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맹장 수술 환자에게 다가간다.
"너어~~~무 아파요. 아~ 야. 야. 야."
"까스는 아직 안 나왔죠?"
"네, 아~ 야. 야. 야."
"지금 시간부터 물은 드셔도 되는데,
식사는 내일 아침 의사 선생님이 보시고 알려드린데요."
"너무 배고파요! 아~ 야. 야. 야~!"
입원 병실은 병원지킴이 있거나
내무반이나 감방처럼 방장의 허가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8~9시 정도 되면 누구나 다 자는 분위기로
누구 1, 2, 3 중에 하나로 인해
취침등이 딸깍! 소리와 함께 전원 등이 꺼진다.
그럼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처럼
적당히 깜깜해져 제법 분위기가 난다.
바로 그때 누군가 과자봉지를 꺼내는지 바스락 부스럭 거린다.
눈에 불이 팍. 들어온 거처럼
잠이 확 깨냐? 깬다.ㅎ
바스락 부스럭! 냠냠쨥쨥!
아, 신발.
침이 꿀꺽 넘어가고
배꼽시계가 꼬르륵~! 거린다.
55세 안00 외과 맹장수술 환자는
오늘 수술해 밥을 아예 못 먹어 배가 고플 텐데
침샘을 자극하는 맛있는 소리는
이건 차라리 고문에 가깝다.
일부러 놀리려고 그런지 몰라도
딴에 조심스럽게 한다고 하는데도
바스락 부스럭 소리가 고요한 침묵을 깨고 날아와
귓구멍 속에 쏙. 쏙. 박혀 텐. 텐. 텐. 10점 만점이다.
"꿀꺽! 아 야야야~!"
이번엔 스카치캔디를 먹는지
쪽. 쪽. 거리며 "슈릅 쩝!" 유난히 소리를 더 낸다.
아, 신발.
사탕 굴러 먹는 소리에 헤벌레입이 벌어지며 침이 주르륵 흐른다.
도저히 못 참는 건지 말끝마다
"좀 조용히 아야야야~! 아파 아파" 추임새를 붙이니
마치 나이롱 뽕 환자처럼 들린다.
아니 보인다라고 해야 맞나 싶다.
"슈릅 쩝! 슈릅 촵! 첩! 춥!"
"제발 좀 조 아야야야~!"
"아야야~ 언니 좀 조용히 해주세요!"
"시끄러워서 사탕을 먹을 수가 없네!"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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