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224: 이빨과 이빨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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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그놈의 깨가
무릎과 무릎사이 아니 이빨과 이빨사이
틈새에 꼭. 끼어 말할 때마다
혓부리에 걸려 좌불안석. 영 불편하다.
어떻게 쑤셔 박았는지 몰라도
무슨 수를 쓰더라도 함 빼보려고
손톱으로 깔작깔작 거려보고
LG청소기 못지 은 흡인력으로
쯔. 쯔. 빨아보지만
깨란 놈의 오늘 이동수는 없는지
감감무소식 요지부동이다.
암놈과 수놈이 이렇게 꽉. 끼는 건
반백년 살면서 생전 첨 본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씨아저띠가 답답한지
"요걸로 요기조기 잘 쑤셔보랑께."
여리여리한 이쑤시개를 쓱. 내민다.
"고마워유!"
왼손으로 입을 가리고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여리여리한 이쑤시개를 잡아
대졸자의 공부 경력과 여태 알고 있는 과학 상식을 통틀어
깨를 살살 꼬드겨본다.
지금 나오면 절대 너를 먹거나 버리지 않고
기념으로 요 앞에 앞에 앞에
신줏단지처럼 잘 모셔놓겠다고
적극적으로 설득해 본다.
이놈의 깨가
수긍을 하는지 묵묵부답이지만
긍정도 부정도 안 하길래
신속정확하게 깨가 자리 잡은 구석에
이수시개를 쑤서보고 잡아채고 끌어보지만
천근추라는 무공으로 딱. 버디고 서 있는지
꼼짝달싹하지 않는다.
"쯥. 쯥.
잘 좀 빨아보랑께!"
"츠. 츠."
"아니 아침밥? 도 앙 묵었나?
좀 세게.
측. 측. 해보랑께."
"츳. 츳."
"아따.
쯥. 쯥.
요로콤 해보랑께."
"아이씨 고만해라.
마이 무거따.
내 거 내 맘대로도 못하냐?"
좌 33이든 우 33이든
왼쪽으로 돌리고 오른쪽으로 돌려도 안 되는 것이
깨란 놈이
참깨인지 들깨인지 주근깨인지 몰라도
아예 작정을 하고 자리 잡은 게 분명한 게
꽤나 번거롭고 성가신 존재인 게 확실하다.
"늙어서 그렇당께!"
아~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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