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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225: 서귀포 가성비 호텔에 연박중인 제비(Swa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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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계속 모르는 게 속 편한 e 편한 세상에
말끔하게 차려입는다고
새까만 연미복을 입은 제비부부 신혼집이 
제주 서귀포 가성비 호텔 201호 베란다에 뙇! 생겼다.

"아, 진짜요?"

"고럼!"

하루가 멀다 하고 들여다보는데
제비가 집을 짓고 나서 
새끼를 낳았는지 감감무소식

하루, 이틀, 삼일...

모든 일에 때가 있듯
집 때 물때 생떼를 부리듯
제주 서귀포 가성비 호텔 201호에 
강제로 연박 중인 제비네 덕분에 
새 배설물과 흙 제거라는 
생전 없던 청소 일이 하나 더 생겨버려 
할 일이 더. 더. 더. 많아졌다.

날 좋은 날은 늘 그러듯이
전체 객실 환기를 위해 제일 먼저 
으레 관례인척 
제주 서귀포 가성비 호텔 201호에 들어가 보니 
베란다에 있는 제비집 아래 
똥밭? 아니 진흙과 지푸라기의 잔해물에
떨어져 있는 어린 제비를 뙇! 볼 수 있었다.

꼼지락꼼지락 거리는 모습으로 보아 
아직 죽지는 않았나 보다.

"신기하네!"

한편으론 일부러 제비다리를 똑. 부러뜨려?
로또 당첨이라는 흥부네 박을 기대하는 것이
고민시도 아닌데 고민이 됐다.

역시나는 역시나군 여윽시
바른생활의 사나이답게 
떨어진 제비 새끼를 집어 들어 
제비집 안에 냉큼 넣어줬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제비 부부가
딴엔 그게 고마웠는지 
제주 서귀포 가성비 호텔 201호 옆 202호 객실을 열심히 청소하는데
베란다 창가에 앉아
나를 쳐다보며 짹짹? 아니 제비제비? 거린다.

'맞나?'

'응, 아니야!'

며칠 후 새끼들이 첫 비행을 하는지
부잡스럽고 수선스러움을 떠나 이상하다 싶을 정도록
밖이 하도 시끄러워 창밖을 쳐다보니
매인가? 
직박구리인가? 
긁적긁적 6-.-;

여튼 제비보다 큰 새를 
어미 제비 2마리가 쫓고 쫓고 쫓기길래 
지들끼리 도망자와 추적자 놀이를 하나 싶었다.

새끼 제비들이 비행을 하면 곧 떠날 거라 보고
지금 당장 베란다를 청소해야 되나? 싶어
제주 서귀포 가성비 호텔 201호 베란다에 다시 가보았다.

아침과 달리 베란다 바닥에 
빨간색의 피가 뚝. 뚝. 떨어져 있다.

"응, 이게 뭐지?" 싶어
제비집을 보니 새끼들이 안 보인다.

뱀이 왔다 갔나? 은근 걱정이 된다.

전체 객실 환기를 위해 동네 한 바퀴 돌듯 객실을 들락날락했다.

제주 서귀포 가성비 호텔 402호 베란다를 보니 
시커먼 제비 날개가 잔뜩 떨어져 있다.

새끼 제비 몸뚱이는 안 보이지만 
깃털 수를 봤을 때 대충 짐작이 간다.

아니나 다를까? 
베란다 유리창 턱에는 
몸통 안 중요 부속물로 보이는 게 
뱀이 또아리를 튼 거처럼 아슬하게 붙어있었다.  

2배 확대해 바라보니
깃털과 내장이라는 이름으로 
동그랗게 내버려져 있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멋도 모르는 놈이
하늘에 뚝. 떨어진 남의 새끼를 
제비집에 넣어줬고
이거 누구 새끼지 싶어? 
부부 제비가 어린 제비를 바닥에 떨군 건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부부제비 애로 착각한 내가 제비집에 넣어줘 
결국 쥑죽인 건 아니지?

나의 소설은 참 엉뚱 발랄하다.

무튼 어제 바닥에 떨어져 있던 새끼를 구해줬는데 
피해자가 아무래도 그놈 같아 
인생이 해피엔딩이 아니듯이
팔자대로 산다고 원래 죽을 놈은 
어떻게 하든 죽나 보다 싶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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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 가성비 호텔 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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