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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239: 서귀포 오름 고근산 오후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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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정도 되자 
종일 비 온다는 일기예보처럼
아침부터 하염없이 내리던 비가 
갑자기 울음을 뚝. 그쳤다.

곧이어 언제그랬는냐듯이 
해가 쨍한게 
화창 그 자체다.

혹시나는 혹시나군 호윽시 싶어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역시는 역시 저녁부터 또 비다.

비 때문에 휴무를 
하루종일 홈 스윗 홈에서 보내기 아까워
반바지에 반팔을 입고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는 아니지만
물론 뇌피셜이겠지만 
서귀포에서 꽤나 유명한 서귀포 오름
집에서 매우 가까운 고근산이라도 
갔다오자싶어 집을 쌩=3 나섰다.

하늘은 파랗고 흰 솜처럼 하얀 구름이 가득한데
모래알이 반짝일 정도록 강렬한 해가 무섭게 내리쬔다. 

목과 팔이 이전보다 더 탔는지
까무무잡잡한 면이 더욱 더 선명해져 
옷을 입은 부분과 안 입은 부분이 대조가 되었다.

에효~!

서귀포 오름 고근산초입 고근산로 들어서자 
반갑게도 매미소리가 맴맴맴 들린다.

완만한 경사로를 오르는데도 
이마에 등짝에 땀이 줄줄 흐른다.

그나마 고흐의 그림속 사이프러스나무처럼 삼나무 방풍림이 
높은 성벽처럼 하늘로 치솟아 
볕을 가려 그늘이 생겼다.

여름과 달리 9월은 바람이 솔솔 불어 살 거 같다.

어느덧 거신(巨神) 설문대할망이 
심심할 때면 한라산 정상부를 베개 삼고, 
고근산 굼부리(분화구)에는 궁둥이를 얹어 
앞바다 범섬에 다리를 걸치고 
누워서 물장구를 쳤다는 전설의 고향속으로 천천히 빨려들어가다보니 
나는 초록의 서귀포 오름 고근산에 동화되었다.

반나절 비에 젖은 계단들을 밝고 오르는 길이 꽤나 미끄럽다.

아까부터 걸음이 느린 한 덩빨하는 친구가 
계단을 다 차지한채 앞을 막고서 걷고 있었다.

가만보니 문신충이 앞서가고 
진지충이 뒤따르는 꼴이었다.

한참 바싹붙어 뒤따르니 
결국 너 먼저가라고 한다.

땡큐~!

때마침 올레길 표식 아래에서 만난 귀뚜라미가 
계단을 폴짝폴짝 뛰어가기에 이에 질세라
2계단씩 오르니 너는 투브다를 2배속으로 보는 거 같다.

평소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는데도 
서귀포 오름 고근산 오르는 계단길에선 
하도 숨이차 쌕쌕거려진다.

그런 내 몸과 달리 서귀포 오름 고근산은 
위로 올라갈 수록 경사가 점점 더 심해진다.

금방이라도 저 세상으로 갈 듯 
숨을 할딱할딱 거리니 
누가 보면 뭐라도 하는 줄 알긋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법환바다와 한라산이 보이는 
서귀포 오름 고근산 정상에 기필코 올랐다.

이기자 부대 출신도 아닌데 결국 이겨냈다.

실패, 넌 결코 이기자를 이길수가 없다.

에헴~!

젊었을때는 
뜨거운 후라이팬 속 콩처럼 이리뛰고 저리뛰고 
내 앞에 걸리적 거리는건 다 때려부수고 앞으로 나아가다
쓰러지고 절망하고 그걸 또 수차례 반복하는 삶이었다.

생각해보면 나의 청춘은 늘 불처럼 뜨거웠었다.

매번 몸과 맘에 상처뿐인 결과에 
한동안 좌절하고 절망했지만 
또 일어섰고 앞으로 나아간다.

결코 쓰려지지 않는다는 생각과 달리
해님도 동쪽으로 스러져가는 자연 앞에 
괜히 숙연해진다.

 

 

서귀포 오름 고근산
서귀포 오름 고근산
서귀포 오름 고근산
서귀포 오름 고근산
서귀포 오름 고근산
서귀포 오름 고근산
서귀포 오름 고근산
서귀포 오름 고근산
서귀포 오름 고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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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근산(Gogeunsan Mountain)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호동 1286-1
https://place.map.kakao.com/8175370?referrer=daumsearch_local

 

고근산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호동 1286-1

place.map.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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