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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254: 자네, 나인브리지 숲길 걸을 생각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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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탐방을 가려고 집밖으로 쓱. 나서는데
바선생이 간밤에 난장을 깠는지 
하필이면 우리 집 문 앞에 발라당 드러누워 있다.

"바선생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어깨를 살며시 흔들어 깨워본다.

꿈적도 안 하기에 
톤업된 목소리로 머리에 힘주고 다시 말해본다.

"어영 자기 집에 가셔 편하게 주무세용!"

바른생활의 사나이답게 
최대한 친절하게 말해보지만
거하게 취했는지 꿈쩍달쩍도 안 한다.

술 냄새가 풀풀 나는 게
술 독에 빠져 혹시 죽은 건 아닌지 되려 걱정스럽다.

만약 그렇다면 장례식이라 치르게 
바로 지금 상조 업체에 전활 드려야 하는지?
누구한테 하소연해야 할지 몰라 귀찮다.

아니 애는 왜 여기서 이러는지 몰라?

혹시 사람들 손 닿지 않는 곳 어디다가
아가들을 출산했을지도 몰라 조심스러워진다.

뒤 따라 나오던 하나님과 동가동창이며 
한끗빨 더 높은 마눌님이
그런 나의 걱정을 한방에 차서 날려 보낸다.

"후딱 치우지 않고 뭘 보고 있냐? 으이구~"

인정사정없는 잔인한 폭력에 
살아생전의 업적과 흔적마저 사라진 바선생의 운명도 차암 얄궂다.

그런 미안함과 안쓰러움, 불안함을 잊게 만들고 
두 눈을 깨끗하게 정화시켜 줄 숲길을 찾아 
중문으로 달려갔다.

푸른 숲, 그 사랑의 시작은 산불예방입니다.라고 100 어쩌고 저쩌고...

그 기나긴 잔소리의 끝에는 
자네, 나인브리지 숲길 걸을 생각 없는가?
라고 되묻고 있었다.

"응, 그래!"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 길에 발을 들여놓았다.

숨00, 하00, 무00의 숲길 사랑은
그렇게 시작을 했다.

빠~밤!

혹시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가로본능으로 100대 명품 숲 찾기 이벤트 배너를 찰칵 찍어둔다.

침엽수나무의 낙엽을 밟고 걸으니 푹신한 게 너어~~~무 조오타.

언제나처럼 하00님은 설명충이 되어 112 식물에 대해 알려준다.
상삼나무 열매는 3개 열린다.

제피나무 가시는 마주 보기로 나고 
산초나무 가시는 어긋나기로 가시가 난다.

어쩌고 저쩌고...
솔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지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ㅎ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더니
이 길은 물이 많아 습한지 억새보다 갈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라고 말하니 옆에 옆에 하00님이 
제준 억새밖에 없을 텐데요.라고 하니
고개가 기우뚱 갸우뚱 해진다.

웬열? 억새가 갈대로 보였을까나?

9% 산화제로 3번 탈색한 억새들의 머리카락에 
보색을 덧칠하지 못해 누리끼리한 게 
가을 아니라고 할까 봐 가을가을하다. 

한눈팔며 걷다 보니 나인브리지 숲길 한복판에서
칠점사를 만났다.

만난 김에 놀랜 김에

"꺄악~!"

숨00이 소리치자 

"조용히 해. 배암 사진 찍어야 돼!"

라고 하00이 말해 왕 삐진 숨00

"나, 삐짐" 

팔짱을 끼고 몸을 등지고 앉는다.

그렇게 토라지자
하00은 
"나, 삐질"
땀을 삐질삐질 흘린다.

돌아가는 길엔 
왕삐짐 숨00의 안전을 위해서 
물이 고인 또랑에 신발 신은 두 발 대신 
차바퀴를 빠뜨리면서 슬슬 지나간다.

또랑물에 차바퀴가 빠질 때마다
"아 차가워!"

그렇게 우린 들숨과 날숨을 느낄 수 있게 
나인브리지 숲길을 천천히 걸어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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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브릿지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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