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제주살이 355: 달처럼 생긴 제주 서귀포 달산봉
·
·
제주 달산봉에 오르는 길목에 
검정색 차를 주차하는가 싶던 하샘 마음이 
남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갑자기 더 빠른 길을 검색했다고 
다른 방향으로 인도한다.

"뭐야 뭐야?"

사실 이게 패착일 줄 그 당시엔 
며느리도 시어머니도 몰랐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무덤이 있는 계단길로 오르면 
정상까지 빨리 오를 것 같은 느낌 같은 느낌으로 
올라갔지! 올라갔어!

제주오름지도 제작을 한 
제탐사 오름 동호회 방장의 선택에
아무리 믿고 맡긴다지만 계단길의 끝에는 
분명 진행이 더 이상 불가해 보인다.

등산 스틱을 휙. 휙. 휘둘러 
사람이 지나갈 틈을 만들어 
그 사이를 비집고 헤집고 나아가본다.

내 뒤에 bread and beauty님을 달고 가려니 
여엉 무겁고 힘들게 느껴진다.

정글 속 같은 곳을 지나다
살갗이 가시덤불에 할퀴어 상처가 나고 피가 흐른다.

또한 벌레인지 먼지인지 몰라도 
정체 모를 가루를 잔뜩 뒤집어쓰자 
가려움을 참을 수 없어 이곳저곳에 이어 
남사스럽지만 사타구니까지 북적북적 긁게 된다.

정상에 도착해 옷가지에 달라붙은 잔가지와 벌레를 털다 보니
자기 뒤태도 좀 털어달라는 bread and beauty님 가냘픈 등짝을 보니 
검은색 시스루라 빨간색 브라를 착용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여자는 세트로 입으니까 아래도 빨간색이겠지?

뭔 소리야?

허리부위와 골반뼈 부위 자잘한 잔가지 부스러기들을 
살살 털어준다.

차마 엉덩이에 붙은 걸 털어주다 
철컹철컹할까 봐? 이건 패쑤한다. 

바로 그때 
꼴불견이었는지
하샘은 지름길로 내려가 
자기 차를 갖고 오겠다고 
우리 보고는 코스로 쭈욱 걸어가란다.

얼굴에 홍조를 띤 bread and beauty님이 
후다닥 앞서 걷는다.

부끄럼쟁이 같은 이라구...

친구처럼 손이라도 잡고 걸으면 을매나 좋을까? 싶기도 하고
우리가 언제 봤다고 발맞춰 걷냐? 싶기도 하다.

한참을 지그재그로 내려가다 보니 
아까 봤던 달산봉 입구 팻말이 보인다.

행여 둘이서 불장난할까 봐? 
헐레벌떡 검은 승용차를 끌고 온 하샘은
다행히 아무 일이 없어 거시기하지 않은지 
절벽뿐인 가슴을 쓸어내린다. 

다 큰 성인이 뭘 하든 알게뭐야? 

난 사실 지지고 볶든 말든 그게 뭐가 됐든 
꼭. 하고 싶다.

사는 게 넘 무료하고 심신 하다.
심신은 가수고 난 심심하다.
심신이라는 글자를 지우는 것도 구찮고 심심하다.

뭔 소리를 하는지? ㅉ
바지끈, 신발끈 풀려도
정신줄만 붙잡으면 됨!


내 허리띠 뒤꽁무니를 
꼭. 붙잡고 뒤따르던
다정하고 상냥한 bread and beauty님 덕분인지 몰라도

가을이 살표시 내려앉은 햇살사이로
피부에 와닿는 바람이
더없이 좋았던 날이었고
오싹하고 쫄깃한 체험이었다.
·
·

달산봉
달처럼 생긴 제주 서귀포 달산봉
달산봉
달처럼 생긴 제주 서귀포 달산봉
달산봉
달처럼 생긴 제주 서귀포 달산봉
달산봉
달처럼 생긴 제주 서귀포 달산봉
달산봉
달처럼 생긴 제주 서귀포 달산봉
달산봉
달처럼 생긴 제주 서귀포 달산봉
달산봉
달처럼 생긴 제주 서귀포 달산봉


달산봉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 1043-2
https://place.map.kakao.com/7813516?referrer=daumsearch_local

 

달산봉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 1043-2

place.map.kakao.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