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사랑하며 #147: 오대산 월정사(Woljeongsa Temple) 앞 맑은 향 가득한 천년의 전나무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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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옛날 호랭이가
뻐끔뻐끔 입 담배 피우던 시절
프로스펙스(prospecs) 캡모자·
프로스펙스(prospecs) 트레이닝복·
프로스펙스(prospecs) 운동화를 신은
등린이·산린이
물이 좋아 산이 좋아 검은띠 산타는아저띠는
군대 가기 전에
거하게 술판을 벌려보고 싶은 마음에
일당 5만 냥짜리 막노동을 지원했었는데,
강원도 오대산 자락 어느 깊은 산골이었고
쇠사슬만 없었지
오도 가도 못하게
온몸에 그림을 잔뜩 그린 떡대 횽님들이
이 동네 유지라면서 공사장 입구에
지키고 앉아 고스톱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하는 것이라고는
식물원 & 온실 공사 건설 현장 입구에서
일꾼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해가
뜨거나 말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하루 온종일 고스톱이나 포카를 했더랬죠!
그때나 지금이야 노가다 용어가
맞는지 틀리는지 잘 모르지만
그렇게 부르면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곰방, 다가네, 덴네루, 하시루, 질통, 나라시...
아침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걸로 하라고 해서
전날 보기에 어떤 것이 쉬워 보여
담날 그것을 하면 하는 것마다 다 힘들어
다음날에는 요것 그다음 날은 조것
그런 식으로 매일매일 다른 걸로 바꿔 가면서
일을 해 본 이후
막일은 쉬운 게 1도 없다능!
그 후
강산이 두 번 바뀌고서야
가족들과 첨으로
오대산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네요.
오랫간만에 도심을 떠나 자연 속 황톳길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진심으로 정말로 행복한 일입니다.
누구나 쉽게 절에 다가올 수 있게
일주문의 문턱은 낮았고
전나무 숲길을 지나 사대천왕이 떡 버티고 있는 월정사를 향하여
오늘은 온 가족이 신발을 벗고
맨발로 600m 흙길을 걸어가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특히 애들이 무지무지 좋아합니다.
도란도란 얘기를 하면서 걷는
편안한 산길 양옆으로는
오래된 큰 전나무숲 길은
다른 곳 어디보다도
더 높고 아름다운 나무길이었습니다.
이 전나무들은 아홉 그루에서 시작하여
새끼를 낳고 낳고 낳다 보니
지금은 셀 수 없을 정도록 많아져
전나무 숲을 이루었습니다.
전나무 얘네들이 어찌나 키가 큰지
다들 키다리아저띠 마냥
위에서 아래로
오고 가는 행인들을 내려보다
행여 디스크라도 걸릴까 봐
눈알만 밑으로 해서 내려다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 꼴이 꼭 헨델과 그랬데는 아니 아니
헨델과 그레텔이 걸어 들어간 숲처럼
우리 내 가족이 걸어가자 동화가 되었습니다.
가는 길 왼쪽으로는 한강의 발원지,
오대천의 맑고 깊은 물소리가
실로폰 연주 소리 마냥 흐르고,
00 다리 아래로 내려가서
오대천에 발을 담그고 있으려니까
그날 하루의 피로가 싹. 다 풀리는 듯합니다.
피리 부는 사나이의 피리 소리 따라 찾아왔는지
물가에는 새까만 올챙이들이
앞다리가 쏘옥 뒷다리가 쏘옥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합니다.
월정사를 지키는 무서운 사대천왕을 지나
안으로 발을 내딛자
교과서에 나왔던 팔각구층석탑을
뙇! 만났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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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월정사(Woljeongsa Temple)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374-8 (우)25318
https://place.map.kakao.com/8045048?service=search_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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